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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율상생' 외친 배달 플랫폼업체...약속을 외면한 댓가와 유구무언

 

【 청년일보 】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배달 플랫폼업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지난 5월 27일과 지난달 10일 전원회의를 거쳐 이들 플랫폼업체들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피해 구제 및 거래 질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여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한 이유로 이들 업체가 마련한 상생안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앞서 배민은 3년간 3천억원, 쿠팡이츠는 4년간 6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상생안이 순수 지원 목적이 아닌 궁극적으로 자사의 프로모션과 중복된다는 점도 거론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배달 플랫폼은 사업 확장 초기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라이더 등 이해관계자들과 끝없는 갈등을 이어왔다.

 

양사는 모두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월정액 광고 상품 부당 판매·최혜대우 요구 등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 행위를 지속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배민이 과거 운영했던 '울트라콜' 광고 상품이다. 울트라콜은 배민에 월 8만8천원의 정액제 광고료를 지불하면 배민 앱 상단 광고에 노출되도록 하는 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본래 식당 인근 수㎞에 해당하는 지역에 노출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입점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상품에 대한 중복 구매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실제 사업장과 소비자 간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음에도 앱에 광고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배민은 이 과정에서 입점업체들의 울트라콜 광고 상품 중복 구매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한하거나 억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쿠팡이츠 역시 '배달비 무료' 정책으로 배달 플랫폼 업체 간 현금 출혈 경쟁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쿠팡이츠는 2024년 3월부터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식을 무료로 배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무료배달 경쟁 과정에서 입점업체의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무료배달 시행 이후 입점업체와 라이더를 대상으로 최혜대우 요구·불공정 약관·소액 주문 강요·끼워팔기 등의 불공정 행위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했고, 결국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으로까지 이어졌다.

 

심사보고서 기준 예상 과징금은 배민이 약 2천390억~5천100억원, 쿠팡은 약 250억~42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쿠팡의 끼워팔기 혐의는 동의의결 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향후 본안 심의 과정에서 과징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과도한 시장 개입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그간 배달 플랫폼 업체 스스로가 '자율적 상생'이라는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입점업체들은 오랜 시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달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는 정부 등 유관 기관의 압박이 없는 경우 지적된 행위에 대한 개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공정위 처분의 정당성은 더욱 커진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리는 이번 과징금 처분으로 인해 배민·쿠팡이츠는 사업을 전개하는 데 일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자율'이 아닌 '타율'에 의해서일지라도, 이번 계기를 통해 배달 플랫폼이 이해관계자와의 지속 가능한 '사업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시장의 순환 과정이 공동선(共同善)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속한다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행정부는 이에 관여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받게 된다.

 

결론적으로 배달 플랫폼 업계는 그간의 '자정 노력' 과정에서 긍정적인 시장 순환과 분배 과정을 실현하는 데 크게 실패했고, 이번 처분에 이르게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과징금 규모가 아니라 플랫폼 스스로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시장의 자율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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