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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진화하는데"…이커머스업계, 개인정보 보호는 '제자리'

업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사이버 보안 중요성 강화
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 확대…단순 '수집' 대상서 '자산'으로
일각, 사용자 대비 보안인력 부족…"법적 기준·자율적 개선 필요"

 

【 청년일보 】 쿠팡의 개인정보 보호 유출 사건으로 인해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배가되는 가운데,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사이버 보안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이 잇따라 개인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이하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보안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상품 추천은 물론 검색, 리뷰 분석, 구매 예측 등 서비스 전반에 AI가 활용되면서 플랫폼이 수집·처리하는 개인정보의 범위와 규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활용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이와 같은 서비스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만큼 사이버 보안 역량도 함께 강화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사고는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발생한 인터파크 해킹 사건이다. 당시 직원이 악성코드가 담긴 이메일(스피어피싱)을 열면서 내부망이 침해됐고, 약 1천3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최근에도 개인정보 관련 사고는 이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쿠팡에서 약 3천75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회원 온라인 활동정보를 법적 근거 없이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같은 시기 G마켓에서는 외부에서 유출된 계정 정보를 이용한 크리덴셜 스터핑(Credential Stuffing) 공격으로 약 60명의 고객 계정이 도용됐다. 회사는 내부 서버 해킹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무단 결제된 금액은 모두 환불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활성화된 이후 빈번히 발생하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심각성이 대두된 이유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도입되고 있는 AI 기반 서비스 때문이다.

 

실제 최근 다양한 업체들은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먼저 쿠팡은 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의 구매 패턴과 검색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AI 쇼핑 에이전트를 도입해 이용자의 검색 기록과 구매 이력, 관심 상품 등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롯데온도 맞춤형 데이터에 기반한 패션 AI 서비스를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의 확산이 빨라질수록 개인정보 활용 범위 역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개인정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가 주요 보호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검색 기록과 구매 이력, 상품 클릭 패턴, 리뷰 작성 내역, 결제 기록 등 이용자의 소비 행동 전반이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신상 정보 노출을 넘어 소비 성향과 관심사, 생활 패턴까지 함께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생성형 AI와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추천 정확도가 높아지는 구조다. 사용자가 어떤 상품을 검색하고, 얼마나 머물렀는지, 어떤 상품을 비교했는지 등 일련의 행동 데이터가 모두 AI의 학습 재료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가 더 이상 법적 규제 준수를 위한 문제가 아니라 AI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AI 성능은 높아지지만, 동시에 보안 체계가 미흡할 경우 플랫폼 전체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개인정보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정보보호 인력과 보안 투자 역시 그에 맞춰 함께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반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은 다소 더딘 모습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이버·이마트·롯데쇼핑·G마켓 등 주요 유통 플랫폼들은 사용자 대비 정보보호 투자액과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경우 정보보호 투자액과 전담 인력은 각각 660억3천414만원, 154명이었다. 이마트는 80억원, 18.9명이었고, 롯데쇼핑과 G마켓은 관련 정보를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쿠팡의 경우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관련 예산과 인력을 크게 늘렸다. 구체적으로 쿠팡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1천349억3천672만원으로, 2024년의 889억7천977만원 대비 51.6% 증가했다. 정보보호 전담 인력은 211.6명에서 370.1명으로 75%가량 늘었다.

 

그럼에도 각 플랫폼의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이하 MAU)를 고려하면 정보보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의 MAU는 3천369만명으로, 정보보호 인력 1명당 약 8만9천명의 이용자 정보를 담당하는 셈이다. 네이버 역시 정보보호 인력 1명당 약 5만6천명의 이용자 정보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기업 역시 AI 투자만큼이나 개인정보 보호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AI 커머스 시대에는 개인정보가 곧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된다"며 "추천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수록 보안 투자도 같은 속도로 확대돼야 하는데, 아직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AI 투자 속도를 정보보호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과징금이나 일시적인 이미지 훼손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신뢰도와 이용자 이탈로 직결될 수 있다"며 "향후에는 AI 성능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 사이버 보안 업계 전문가는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개인정보 보호는 단순한 IT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서 우선순위를 가져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이 보안 인력과 투자 규모가 이용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역시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와 전담 인력 확보에 대한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도 AI 서비스 확대만큼이나 개인정보 보호 체계와 보안 인프라 고도화에 적극 투자해야 장기적인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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