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끝나지 않는 '태움', 반복되는 비극
간호사 사회의 고질적인 악습으로 지적되는 '태움'은 여전히 의료 현장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를 담은 태움은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폭언과 인격 모독을 정당화하며 신규 간호사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왔다.
최근 약 3년간 태움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난 27세 강모 씨의 사례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현장에서 피해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 씨는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 끝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 일부 사실을 인정받았지만, 가해자들에게는 경미한 징계만 내려졌다. 신고 이후에도 가해자들이 여전히 병원에서 근무하는 현실은 피해자에게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겼고, 이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침묵하지 않는 간호사들…변화의 시작
최근에는 태움을 더 이상 참고 견디지 않는 간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병동에서는 인계 과정에서 고참 간호사가 후배를 밀치며 업무를 거부하자 신규 간호사가 즉각 맞대응한 사건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사건은 연차와 위계를 앞세운 조직 문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 '교육'이 아닌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
전문가들은 교육을 빙자한 폭언과 인격 모독은 관행이나 업무지도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지적한다. 특정인에게만 반복적으로 야간∙주말 근무를 배정하거나, 공개적인 망신이나 감정적인 질책 모두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 76조의 2에서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 76조의 3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가 지체 없이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로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악화된다면 병원과 가해자 모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 증거 확보와 단계별 대응이 핵심
태움 피해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녹음, 메신저 대화 내용, 근무표 등을 보관하고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서를 발급받을 것을 권고한다. 이후 병원 내부 신고를 시작으로 고용노동부 진정, 고소, 소송, 산업재해 신청까지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태움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도 있어, 충분한 증거를 갖춘다면 법적 구제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 더 이상 개인의 희생에 기댈 수 없다
태움은 의료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환자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간호사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병원의 적극적인 조사와 보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태움을 더 이상 관행으로 방치하지 않고 조직 문화와 제도를 바꿔 나갈 때 비로소 간호사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지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