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홈플러스가 자금난으로 전국 매장 운영을 임시 중단하면서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의 회생 기한 연장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면서 소비자 및 소상공인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국 모든 점포에서의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급여, 납품 대금 역시 밀려있는 상황에서 매장을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청산까지 이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운영자금 고갈을 이유로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 운영을 임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상 품 대금과 전기·수도요금 등 매장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는 점을 이유로 거론했다. 휴업 기간에는 매장 보안과 시설 안전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단, 쇼핑몰은 입점업체가 희망할 경우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달 3일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수정안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적으로는 오는 9월까지 추가 연장도 가능했지만, 법원이 자금 조달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만큼 더 시간을 줘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결정일로부터 14일 안에 항고할 수 있다. 단, 이 기간 홈플러스는 앞서 확보하지 못했던 DIP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다.
앞서 홈플러스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전국 점포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한편 영업 양도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내용의 회생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1천억원에 해당하는 긴급운영자금(DIP) 지원 여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이와 같은 계획안은 실현될 수 없게 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와 같은 자금 역량을 확보하고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항고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와 같은 이유로 ▲DIP 자금 확보 난항 ▲회생에 필요한 자금 규모 ▲홈플러스의 재고 정리 수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먼저 업계는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갈등 지속으로 홈플러스가 오는 17일까지 DIP를 확보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실제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은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다양한 직간접적 방식으로 이미 홈플러스에 수천억원대의 자금 지원을 충분히 제공했다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메리츠금융그룹은 MBK 파트너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보증서가 있어야 회계법인, 법무법인의 의견을 거쳐 에스크로(가상계좌)에 입금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개입 등 결정적인 모멘텀이 마련되지 않는한, 양측의 입장차가 더이상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메리츠금융그룹 입장에서도 더 이상 '홈플러스'라는 늪에 빠지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판단이 있는 듯 하다"라며 "회생 폐지 결정에 대한 항고 가능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했다.
또한, 홈플러스가 제시한 2천억원 규모의 DIP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업 정상화를 위해 연간 약 6천억원의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 측은 구조 조정, 폐점 등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일부 금액을 확보했지만, 잔여 2천억원의 DIP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며 약 1천억원에 달하는 DIP를 확보한 바 있다. 또한, 임직원과 점포 규모를 절반 이상으로 축소하며 고정비를 감축하려는 노력도 전개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확보한 금액은 대부분 밀린 임직원 급여 지급과 납품 대급 지급 등에 사용돼 순식간에 소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가 제시한 DIP 2천억원은 법원에 새롭게 제출한 '새로운 회생 계획안'을 실현하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정상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서는 연간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초부터 홈플러스가 제시했던 연간 6천억원의 운영 자금 규모에는 모순이 있었다"라며 "연체된 임직원 급여, 납품 대금, 세금 등만 지급하더라도 홈플러스가 제시한 금액은 순식간에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홈플러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할인전'도 홈플러스의 청산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에서는 매장에 잔여한 자체 브랜드(PB) 상품 등을 절반 이상의 할인가로 제공하는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이에 일시적으로 홈플러스 매장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할인 행사가 일반적인 판촉 행사라기보다 재고를 최대한 현금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파산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남은 재고 처분과 자산 매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업계 종사자는 "유통업체가 정상 영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면 이처럼 대규모 재고 할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신상품 입고와 매장 운영 정상화에 무게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재 홈플러스 상황은 영업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 보유 재고를 현금화하려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회생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앞으로는 청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업계에 정통한 한 증권가 연구원은 "회생절차 폐지가 현실화된 상황에서는 기업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협력업체와 입점업체,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납품업체와 소상공인은 자금 여력이 크지 않아 대금 회수가 지연될 경우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 지원과 채권 정산 절차를 신속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플러스 사태는 대형 유통기업의 경영 위기가 협력사와 소비자, 지역 상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정부와 채권단, 법원이 청산 절차 전반에서 이해관계자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이미 매장 운영 중단까지 결정된 만큼 시장에서는 회생보다 청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는 자산 매각과 채권 변제 과정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절차를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들의 상품권과 포인트, 협력업체의 납품대금, 임직원의 임금 문제 등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정부도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피해 지원과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 유통기업의 회생·청산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