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일자리 구조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로 팍팍한 청년들의 삶에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고용 한파가 덮쳤다. 그동안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자료 조사나 기획, 코딩 같은 지식 노동마저 생성형 AI가 능숙하게 해내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5천명이나 줄어들며 코로나 19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더 뼈아픈 사실은 이러한 일자리 감소가 IT(정보통신업)나 연구개발, 전문 서비스업처럼 청년층이 선호하는 이른바 'AI가 대신하기 쉬운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감소한 청년층 일자리 21만1천개 중 무려 98.6%(20만8천개)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출판, 정보 서비스업 등 AI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에서 발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춘 고연령층의 일자리는 오히려 그 타격이 덜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경기가 안 좋아서 생기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AI가 청년들이 경력을 쌓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의 첫 칸' 자체를 없애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신입의 자리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조용한 침식', 혹은 경력직만을 선호하게 되는 '연공 편향적 기술 변화'라 부른다.
과거에는 신입 사원들이 선배들을 도와 보고서 초안을 쓰고 기초적인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실무를 배우고 전문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굳이 신입을 뽑아 가르치는 대신, 그 역할을 AI에게 맡기고 기존 경력직들에게 AI 도구를 활용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I 도입 이후 주니어 개발자 고용이 약 20% 급감했고, 국내 IT 업계에서도 경력 3년 미만의 주니어 개발자 비중만 유일하게 축소되었다.
결국 오늘날의 청년들은 회사에 들어가 실무를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바늘구멍 같은 채용 시장에서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실무 경험'과 '뛰어난 AI 활용 능력'을 동시에 요구받는 가혹한 현실에 놓여 있다. 취업의 문턱을 넘기 힘들어지자 아예 AI 기술을 활용해 1인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 사업가가 9년 새 50%나 급증하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 전체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까지 청년들을 AI와의 불공정한 경쟁 속에 홀로 내버려 둘 것인가. 무작정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불안해할 시기는 지났다. 일의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면, 우리가 청년을 길러 내고 일터로 안내하는 방식도 당연히 그에 맞춰 변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신입 인력의 역할은 단순 보조가 아니다. 처음부터 AI를 쥐여주고 실질적인 프로젝트에 부딪히며 문제를 풀어나가게 하는 등, 성장의 무대 자체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산학 연계나 실무 교육의 판도 이 기준에 맞춰 뒤집어야 마땅하다. 기업 역시 당장의 비용을 아끼려 채용 문을 닫기보다는, 청년을 뽑아 AI 시대의 인재로 키워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과감한 유인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다가오는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기술을 가장 빨리 도입한 곳이 아니다. 그 뛰어난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인간과 AI의 역할을 가장 정교하게 재배치하고 함께 커나갈 '청년'을 어떻게 품어내느냐에 모든 해답이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정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