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고점론' 고개에도…AI 수요 구조 전환에 '우상향' 기조

과거 2~3년 주기설 딛고 '체질 대전환' 국면 진입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장기 성장 엔진 건재"

 

【 청년일보 】 최근 증권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도체 업황의 고점론(피크아웃)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수요 구조 전환에 주목하며 우상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장기 호황 전망과 함께 국내 증시 전반에선 '반도체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일례로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눈높이를 하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12% 하향한 62조3천억원으로 조정했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시장 기대치(컨센서스 65조원)를 8% 밑도는 60조4천억원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의 전통적인 시클리컬(Cyclical·경기민감) 관점과 단기적 수급·투자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평균 2~3년 수준이었다"면서 "지난 2023년 초부터 시작된 이번 상승기가 3년을 넘어서자 '주기상 고점에 도달했다'는 기술적 경계감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집행하고 있으나, 투자 대비 수익화 속도가 더디다는 회의론이 글로벌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제기됐을 뿐만 아니라,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PC·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세트 제품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물론, 주요 IB들의 장기 낙관론이 잇따르며 피크아웃을 상쇄시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BOK이슈노트: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공급 부족 등으로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호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시사했다.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92.5% 급등하며,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해 '더 오래 지속되는(higher for longer)' 사이클을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종에서 나타난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며, 의미 있는 공급 확대가 나타나기 전까지 업황 개선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와 학계 역시 피크아웃 우려를 두고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안할 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장기 성장 엔진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성장률의 정점은 다소 완만해질지 몰라도, 매출이나 영업이익 자체는 앞으로 더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특히 에이전틱 AI 시대로 접어들며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초기 AI 시장이 모델 학습 위주였다면, 현재는 실질적인 서비스 적용을 위한 추론 단계로 진입했다"면서 "추론형 AI는 복잡한 연산과 실시간 처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HBM(고대역폭메모리)이나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고성능 LPDDR 같은 최첨단 메모리의 절대적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범용 메모리 라인을 HBM4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용으로 전환하면서, 일반 범용 D램·낸드의 공급 증가가 제한적"이라면서 "이에 따라 적어도 내년까지는 전체 메모리 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나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로 인한 잡음은 존재할 수 있으나, AI 인프라 확장·피지컬 AI로의 진화라는 본질적인 수요 동인은 살아있다"면서 "현 시점의 피크아웃 우려는 과거 프레임으로 AI 시대를 해석하는 데서 오는 일시적 시각차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도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 낙관적인 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같은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논리가 존재하나 산업의 방향성은 명확한 만큼, 아직 피크아웃 논의는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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