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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우선 vs 복구 차질"…쿠팡, 창고 화재 사태 속 대체근무 '갑론을박'

인천 물류센터 화재 후 노조, 인근 센터 대체근무 반대
업계 "권역별 분산 운영은 표준 비상 대응 체계"지적
전문가 "안전 확보와 물류 정상화 병행할 제도 마련해야"

 

【 청년일보 】 쿠팡 인천물류센터 화재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쿠팡 노동조합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인근 물류센터 출근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화재 복구와 물류 정상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의 대응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발화 이후 이틀 넘게 지속됐으며, 사건 발생 61시간 이후 큰 불길이 잡혔다.

 

다만 쿠팡은 화재 발생 직후 인근 물류센터로 물량을 분산하는 등 대체 물류망을 가동하면서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당일부터 인근 물류센터로 물량을 이관해 배송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팡 노동조합은 인근 물류센터 출근 과정에서도 안전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대체 근무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노조는 화재 원인 규명과 안전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19일 성명에서 "화재가 발생한 6층은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참사 때도 문제가 된 메자닌 구조"라며 "메자닌 구조가 화재에 취약하고 건축법령상 작업공간으로 사용할 경우 불법임이 익히 알려져 있음에도 쿠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화재 발생 직후 사측의 현장 대응 방식도 비판했다.

 

노조 측은 "화재 발생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는커녕, 로켓배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인근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당일 오후 늦게 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자 안전보다 로켓배송에 혈안이 된 쿠팡의 대응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물류 정상화를 위해 마련한 대체 운영 체계까지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와 대체 근무가 이뤄지는 시설은 별도로 운영되는 만큼, 안전 우려를 동일선상에서 볼 사안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대형 물류센터의 경우 특정 센터의 운영이 중단되면 인근 센터로 물량과 인력을 분산하는 방식은 업계 전반에서 활용하는 일반적인 비상 대응 체계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와 대체 근무가 이뤄지는 물류센터는 별개의 시설"이라며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대체 운영까지 중단될 경우 결국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물류센터는 사고나 자연재해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권역별로 물량을 분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대체 근무 자체를 문제 삼을 경우 물류망 복구와 정상화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대체 근무지로의 출근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은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진상 규명은 별도로 진행하되,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업체 측의 노력을 절하하는 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물류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이번 논란은 안전과 물류 연속성(Logistics Continuity)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화재 원인 규명과 시설 안전 점검은 당연히 철저히 진행돼야 하지만, 별도 안전성이 확인된 대체 거점까지 운영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물류망은 특정 거점이 멈춰도 다른 거점이 기능을 이어받도록 설계돼 있다"며 "향후에는 비상시 노동자 안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노사 간 사전 협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논란을 줄이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인근 물류센터로 물량과 인력을 분산하는 것은 대형 물류기업이라면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표준적인 비상 대응 체계"라며 "대체 근무까지 중단될 경우 물류 차질이 장기화되고 결국 소비자 피해와 협력업체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 개선은 철저히 이뤄져야 하지만, 그 과정과 물류 정상화는 병행될 필요가 있다"며 "안전 문제와 비상 운영 체계를 동일한 사안으로 접근할 경우 공급망 전체의 복원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조의 주장을 단순한 우려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시설과 대체 근무지가 다른 장소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단순히 과도한 우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사측은 안전이 확보됐다는 설명에 그치지 말고 객관적인 점검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충분히 공개해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논란의 핵심은 대체 근무 자체보다 사고 발생 이후 노동자들과의 소통과 안전 확보 절차가 충분했는지 여부"라며 "노사 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력을 이동시키는 방식은 향후에도 갈등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 대응 체계와 건축 설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랙(Rack) 구조와 가연성 적재물이 결합된 물류센터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설 설계 단계부터 화재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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