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명절 연휴가 지나면 병원의 혈액 보유량은 어김없이 '주의' 단계로 떨어진다. 수술과 응급환자 치료에 필요한 혈액이 부족하다는 안내 문자가 되풀이되지만, 정작 헌혈의 집 앞은 한산한 경우가 많다.
특히 "헌혈은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는 생각과 바쁜 일상 속에서, 한때 학교와 대학가에서 익숙했던 헌혈 버스와 단체 헌혈의 풍경은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수혈에 사용되는 혈액은 헌혈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는, 인공적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다. 특히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꾸준한 신규 헌혈자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최근 이 흐름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자 실인원은 2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전체 헌혈 건수는 늘었지만 실제 헌혈자 수는 줄었다"며 "신규 헌혈자 유입이 감소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이탈은 특히 뚜렷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헌혈 가능 연령인 만 16~19세의 헌혈 건수는 2019년 75만6천107건에서 지난해 47만1천161건으로 약 37.7% 감소했다.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자발적으로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한 개인 헌혈 건수는 2019년 22만238건에서 지난해 8만614건으로 약 63%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의 배경으로는 교육 제도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교육부가 2019년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2024학년도 대입부터 개인 봉사활동 실적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더라도 대입 전형에 반영되지 않게 됐다.
그동안 헌혈 한 번으로 일정 시간의 봉사활동을 인정받아온 고등학생들의 참여 동기가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활동 위축과 저출생에 따른 청소년 인구 자체의 감소도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은 어떤 이유로 헌혈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국내 연구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한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두 곳의 대학생 26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최은희·이현수, 2018)에 따르면, 헌혈에 대한 태도, 보상 인식, 이타성이 헌혈 참여의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헌혈 경험이 있는 학생일수록 헌혈에 대한 태도와 이타성, 보상 인식이 헌혈 경험이 없는 학생보다 높게 나타나, 한 번의 긍정적인 헌혈 경험이 이후의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헌혈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고 헌혈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결국 청년 헌혈 감소는 단순히 '관심이 줄어서'라기보다, 참여를 유도해 온 제도적 유인이 사라지고 이를 대체할 만한 동기 부여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봉사활동 인정과 같은 외적 보상이 사라진 지금, 헌혈이 지닌 사회적 의미와 이타적 가치를 스스로 체감할 수 있는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실제로 매년 겨울철은 방학과 한파, 독감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치며 헌혈자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기로 꼽힌다. 이에 보건당국은 최근 발표한 '2026~2030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헌혈의 집이 없는 지역에 헌혈버스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헌혈증서와 헌혈환급적립금제도를 개선해 헌혈자에 대한 예우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혈액은 지속적인 헌혈 참여 없이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자원이다. 대학가의 단체 헌혈 캠페인을 되살리고, 헌혈 참여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청년 스스로 헌혈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때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조윤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