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크래프톤이 올해 상반기 매출 2조6천616억원, 영업이익 9천725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대목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들어낸 성장 방식이다.
크래프톤은 PUBG라는 단일 대형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기존 IP를 확장하고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내는 'IP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김창한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핵심 IP의 성과를 입증하며 프랜차이즈 IP 기반 성장 체계를 본격화한 결과"라고 설명하면서 "8월 게임스컴에서 공개할 신작 5종과 월드모델·피지컬 AI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성장의 이면에는 비용 증가와 신규 사업의 불확실성도 존재했다.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서브노티카 개발사(언노운 월즈) 관련 영업외비용 영향으로 2분기 순손실(적자전환)을 기록했고, 광고 자회사 ADK 역시 업황 둔화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PUBG와 서브노티카가 증명한 성장 공식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3% 증가한 2조6천616억원, 영업이익은 38.3% 늘어난 9천725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92%에 해당하는 규모다.
2분기 기준 매출은 1조2천9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천109억원으로 67% 늘었다. 다만 모바일 매출이 계절적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35.8%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은 1분기 대비 조정 흐름을 보였다.
실적을 이끈 중심에는 PUBG 프랜차이즈와 서브노티카 2가 자리했다.
상반기 PUBG 프랜차이즈 매출은 트래픽과 과금 이용자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PC·콘솔 부문은 37%, 모바일 부문은 18% 증가했다. 특히 2분기 PUBG PC·콘솔 부문은 월간활성이용자(MAU)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고, 매출은 70% 이상 증가했다.
크래프톤은 '제로 포인트', '페이데이' 등 이용자 제작 콘텐츠와 신규 모드가 단기 이벤트를 넘어 이용자 체류 시간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선보인 UGC 플랫폼 '월드 오브 원더(World of Wonder, WOW)'도 누적 창작 맵 540만개, 누적 매치 플레이 330억회를 돌파하며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다른 성장 축은 신규 프랜차이즈 후보인 '서브노티카 2'다. 지난 5월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서브노티카 2는 22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했다. 상반기 서브노티카 IP 전체 매출은 2천325억원을 기록했고, 출시 10년이 지난 전작 역시 약 4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기존 IP 확장 효과를 입증했다.
크래프톤은 이를 단순한 신작 흥행이 아니라 새로운 IP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성장 공식이 작동한 사례로 보고 있다.
◆ 게임스컴 신작 5종 공개…'세 번째 프랜차이즈 IP' 찾는다
크래프톤은 오는 8월 독일 게임스컴에서 신작 5종을 공개한다. 공개 예정 라인업은 ▲PUBG 스튜디오 미공개 신작 ▲'NO LAW' ▲'프로젝트 제타(Project ZETA)' ▲'에이지 트위스터(Age Twisters)' ▲'타래: 언바운드(TARAE: The Unbound)' 등이다.
이번 공개는 크래프톤이 PUBG와 서브노티카에 이어 새로운 글로벌 프랜차이즈 IP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 2를 통해 축적한 IP 발굴·선별·스케일업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창한 대표는 "게임스컴에서 처음 공개하는 프로젝트라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2027년 출시 예정작은 이번 공개 신작들과 기존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신작 5종은 단순한 출시 라인업이 아니라 크래프톤의 '반복 가능한 성장 구조'가 여러 프로젝트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무대라는 의미다.
◆ 영업익 67% 증가에도 순손실…언노운 월즈 비용 부담
외형 성장과 달리 비용 구조에서는 부담도 확인됐다.
2분기 영업비용은 8천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4%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영업비용은 1조6천892억원으로 102.8% 늘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6.5%로 전년 대비 9.2%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순이익은 영업외 항목에서 영향을 받았다. 2분기 영업외비용은 4천187억원으로 전년 대비 87.6% 증가했고, 서브노티카 개발사 언노운 월즈 관련 비용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4천8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해 전체 성장 흐름은 유지했다.
이번 실적은 영업 경쟁력은 강화됐지만, 인수·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관리가 향후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보여줬다.
◆ ADK 인수 효과는 진행형…게임과 콘텐츠 시너지는 과제
일본 광고·콘텐츠 기업 ADK는 크래프톤 실적에서 양면성을 보였다. 연결 편입 효과로 외형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광고 사업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광고 시장 위축 영향으로 부진했다.
배동근 CFO는 "ADK는 광고 비즈니스와 애니메이션 제작 등 콘텐츠 사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콘텐츠 사업은 좋은 흐름을 보였지만 광고 사업 영향으로 전체 실적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게임과 콘텐츠 간 시너지 역시 아직 검증 단계다.
크래프톤은 ADK 인수 목적 중 하나로 IP 기반 협업 확대를 제시했지만, 김창한 대표는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며 "단순 협업을 넘어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시너지를 만들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자사주 1천억 추가 소각…다음 성장판은 AI·월드모델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3천996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진행했고, 3분기에도 1천억원 규모 자사주 추가 취득 후 소각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올해 누적 소각 규모는 5천315억원으로 늘어난다.
동시에 미래 성장 영역으로는 AI와 피지컬 AI를 제시했다.
김창한 대표는 "피지컬 AI가 LLM 이후 더 큰 시장 기회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게임 데이터와 가상 세계 구축 기술을 기반으로 월드모델 개발 분야에서 게임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멀티모달 LLM과 월드모델을 자체 개발해 게임뿐 아니라 로봇을 포함한 피지컬 AI 영역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AI 사업은 아직 투자 단계다. 회사는 자체 투자와 함께 외부 투자 유치를 병행하며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PUBG와 서브노티카라는 검증된 두 개의 성장 엔진을 확보한 크래프톤은 이제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8월 게임스컴에서 공개될 신작 5종, ADK 사업 정상화 여부, AI·월드모델 투자의 사업화 가능성이 앞으로 크래프톤의 다음 성장 단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