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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루마블'이 가르쳐준 세법…규칙 바꿀수록 꼬이는 부동산 시장

'똘똘한 한 채' 쏠림…핵심 자산 독점 전략 재현
보유·양도 함께 옥죄자 거래 절벽·매물도 '잠김'

 

【 청년일보 】 어릴 적 즐기던 보드게임 '부루마블'은 자본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주사위를 굴려 자산을 선점하고, 위험(Risk)을 감수한 만큼 통행료라는 보상(Return)을 얻는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황금열쇠' 몇 장이 전부다. 규칙이 명확할수록 플레이어들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 전략을 세운다.

 

현실의 부동산 세제는 게임과 다르다. 주택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자산인 만큼 정부의 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 다만 시장을 움직이는 정책일수록 참여자들이 어떤 유인(인센티브)에 반응하는지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기준을 공시가격 14억원(시가 약 20억원 상당)으로 높여 부담을 덜어주고,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책이 의도와 다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루마블에서 가치가 높은 핵심 지역을 선점하고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듯,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이 확대될수록 지방이나 비핵심 지역의 여러 채보다 수도권 핵심지의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는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달리, 결과적으로 핵심 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도 고민은 남는다. 비거주 주택의 보유세 부담은 높아졌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거주 요건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시장에서는 보유 부담과 매도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경우 매물을 내놓기보다 보유를 선택하는 '락인(Lock-in)'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가 위축되면 매물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늘어난 보유 비용이 임대료에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시장은 규제가 아니라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좋은 정책은 규제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일관된 방향으로 설계하는 데서 출발한다.

 

부루마블에서도 승패를 가르는 것은 운만이 아니다. 플레이어들은 모두 같은 규칙 아래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찾는다. 현실의 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규칙을 쉽게 이해하고, 어떤 선택에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예측할 수 있을 때 정책은 신뢰를 얻는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복잡한 규정이 아니라 명확하고 일관된 규칙이다. 정부가 시장의 자율적 움직임을 이끌고자 한다면, 새로운 규제를 더하는 것보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신호를 설계하는 일부터 고민해야 할 때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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