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이어 GC녹십자까지"…국내외 mRNA 독감백신 기술경쟁 '각축'

유정란 방식 넘은 모더나, mRNA 독감백신 첫 FDA 허가
바이러스 배양 대신 유전정보 설계…생산 기간 단축 기대
국내에선 GC녹십자 'GC4002B'…mRNA 백신 국산화 시동

 

【 청년일보 】 코로나19 백신으로 상용화된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이 독감백신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다. 모더나의 mRNA 독감백신이 FDA(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으면서 유행주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 플랫폼이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GC녹십자가 mRNA 독감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모더나의 mRNA 독감백신 'mFLUSIVA(mRNA-1010)'를 50세 이상 성인용으로 승인했다. 50~64세는 정식 허가, 65세 이상은 추가 임상으로 유효성을 확인하는 조건의 신속승인이다.

 

허가 근거가 된 임상 3상에는 11개국 4만여명이 참여했다. mFLUSIVA 접종군의 독감 발생 위험은 기존 표준용량 백신보다 26.6% 낮았다. 65세 이상에서는 고용량 독감백신보다 강한 항체 반응도 확인됐다.

 

이번 허가의 의미는 단순히 독감백신 하나가 추가됐다는 것에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FDA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상용화된 mRNA 플랫폼을 계절성 독감이라는 대규모 시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독감백신은 70년 넘게 유정란 배양 방식이 주류였다. 이 방식은 바이러스 선정부터 공급까지 약 6개월이 필요하다. 특히 H3N2처럼 계란 배양 과정에서 항원성이 달라질 수 있는 바이러스는 백신과 실제 유행주 사이의 불일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mRNA 방식은 바이러스 자체를 대량 배양하는 대신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mRNA로 설계한다. 유행주가 바뀌면 해당 서열을 변경해 생산공정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기존 백신보다 많이, 또 늦게까지 유행하는 정보를 반영해 만들 수 있다. mRNA 백신은 개발 과정이 어렵지만, 한 번 mRNA 합성·변형·전달 등 기반 기술을 확보해두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만 갈아 끼워 신속하게 새로운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시장 판도는 당장 뒤집히기보다 점진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2026~2027년 독감철 공급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 백신 조달 계약 시점을 놓쳐 실질적인 매출 확대는 2027~2028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시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등 글로벌 업체들도 mRNA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있어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독감 단독 백신을 넘어 코로나19와 독감을 한 번에 예방하는 복합백신, 더 많은 변이에 대응하는 광범위 백신으로 기술 경쟁이 확대될 확률이 높다.

 

국내 시장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26~2027절기 국가예방접종사업에서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백신, 보령바이오파마, 일양약품 등이 공급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올해 조달 가격이 8천원대까지 내려가면서 기존 독감백신 사업은 대량생산과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GC녹십자는 기존 독감백신 제조 경험에 mRNA 기술을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C녹십자의 mRNA 독감백신 후보물질 'GC4002B'는 현재 비임상 단계다.

 

중요한 것은 독감 후보물질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플랫폼이다. GC녹십자는 mRNA 의약품의 품질과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 ‘GC4006A’를 통해 실제 임상 개발 경험을 쌓고 있다.

 

국내 개발의 최대 변수는 기술력뿐 아니라 개발 속도와 경제성이다. 기존 독감백신은 이미 국내 생산시설과 공급망이 갖춰져 있고 가격도 낮아 mRNA 백신이 단순히 새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차지하기 어렵다.

 

다만 새로운 유행주에 신속하게 대응하거나 고령층에서 예방효과를 높이고 향후 코로나19·독감 복합백신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mRNA 플랫폼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모더나의 이번 FDA 허가는 기존 독감백신을 하루아침에 대체하는 사건이라기보다 시장의 평가 기준을 바꾸는 출발점에 가깝다"며 "앞으로의 승자는 대량생산 능력만 갖춘 기업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시부터 서열 설계, mRNA 합성, LNP 전달, 임상 및 허가, 단기간 생산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맹봉주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