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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산다사' 증시 위한 동전주 퇴출...주가 1천원, 부실기업 기준 될까

 

【 청년일보 】 당국이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겠다며 도입한 새 상장폐지 기준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취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주가 1천원 미만'이라는 가격 기준이 과연 부실기업을 가려내는 잣대로 충분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가운데 최근 흑자를 낸 곳도 있고, 일부 상장사는 주식병합 등을 통해 기준을 우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전주를 솎아내려던 제도가 기업의 체질 개선보다 '가격표 바꾸기'를 먼저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두 차례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한 상장규정 개정안은 5월 13일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원, 코스닥시장 기준을 200억원으로 높이고,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에 미치지 못한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관리 대상이 된 기업은 이후 90거래일 안에 주가 또는 시가총액 기준을 45거래일 연속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본업에서의 성과 대신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신사업 발표 등을 통해 외부 자금에 의존해 온 한계기업을 시장에서 신속히 퇴출해 '다산다사' 시장 구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특히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작은 동전주는 적은 자금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어 시세조종에 악용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24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42개다. 이 가운데 주가 1천원 미만 종목은 31개, 시가총액 미달 종목은 15개였으며 4개 종목은 두 요건에 모두 해당했다.

 

주가는 실적과 성장성뿐만 아니라 발행주식 수와 시장 수급, 액면분할·병합 등의 영향을 받는다. 기업가치가 같더라도 발행주식 수가 많으면 주당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주가가 900원인 회사가 반드시 9천원인 회사보다 부실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다.

 

시가총액도 시장이 평가한 기업 전체 가치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지표다. 다만 특정 업종이나 대형주로 자금이 몰리는 시기에는 기업의 실적과 별개로 중소형주의 가치가 낮게 형성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관리종목에는 최근 이익을 냈거나 실적이 개선된 기업도 포함됐다.

 

코스닥 상장사 제이엠아이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617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9.8%, 97.8%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에 미치지 못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뉴인텍도 올해 상반기 2억5천7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억2천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 역시 주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물론 반기 흑자나 이익 증가만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일회성 이익일 수 있고,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현금흐름이나 부채 수준, 자본잠식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익을 내는 기업까지 같은 기준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주가 1천원 미만’과 ‘부실기업’이 언제나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격 기준은 위험기업을 신속히 선별하는 1차 거름망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의 회복 가능성까지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제도 발표 이후 상당수 상장사가 본업보다 먼저 손댄 것도 실적이나 현금흐름이 아닌 주식의 숫자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개혁안을 발표한 지난 2월 한 달 동안 주식병합을 결정한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는 27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주식병합 결정 건수인 17건을 한 달 만에 넘어선 규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병합이 발행·유통주식 수를 바꿀 뿐 자본금 총액이나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지 않는다"며 "정책 발표 이후 이뤄진 병합의 상당수가 동전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병합은 기업의 체력을 키우지 않지만 당장의 주가 기준을 넘는 수단은 될 수 있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기업도 병합 직후에는 동전주 꼬리표를 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계기업은 주식 수를 조정해 시간을 버는 반면, 정상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은 시장 기준을 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위험은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관리종목 지정과 함께 상장폐지 우려가 발생하면서 매도세가 강해지고, 주가와 유동성 하락이 상장 유지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합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높아진 뒤 다시 하락하면 이를 믿고 투자한 주주가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형식적 회피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최근 1년 안에 병합·감자를 한 기업은 추가 병합·감자를 할 수 없고, 관리종목 지정 후에는 10대 1을 초과하는 병합·감자 자체가 금지된다.

 

다만 이들 장치는 반복적인 가격 조정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의 영업현금흐름과 자본잠식 여부 등을 별도로 심사하거나, 재무 상태가 양호한 기업에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절차는 이번 제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실기업을 제때 시장에서 내보내는 것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주가·시가총액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성장 가능성까지 없다고 단정하거나, 주식 수만 바꾼 기업이 기준을 피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개정안의 목적은 흐려진다.

 

특히 제도가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기보다 시행 전 가격표부터 바꾸도록 만들었다면 설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건전한 증시 환경을 위한 상장폐지 제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빠르게 내보냈느냐가 아니라, 퇴출해야 할 기업과 회복할 기업을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 청년일보=김주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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