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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으슬으슬한 여름철, '약상자'를 열기 전에

 

【 청년일보 】 여름철 빵빵한 에어컨 아래 도서관과 강의실을 지키는 대학생들에게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실내외 급격한 온도 차로 발생하는 '냉방병'이다. 으슬으슬한 오한과 목 통증, 두통이 찾아오면 청년들은 시험 기간이나 알바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약상자를 뒤지곤 한다. 과거 처방을 받아 두었던 남은 약이나 알 수 없는 소염진통제, 항생제를 무심코 꺼내 복용하는 모습을 캠퍼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다는 이유로 약을 남용하는 이 무심한 습관 뒤에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무심코 먹은 약이 내 몸속 미생물과 접촉하는 순간, 몸속 생태계에 치명적인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냉방병 증상에 불필요한 항생제를 복용했다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약효가 듣지 않는 부작용을 겪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 세균과 바이러스는 다르다, 약물이 체내 생태계를 흔드는 순간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정밀한 방어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냉방병의 주된 원인은 실내외 급격한 온도 차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조절 기능 저하, 혹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침투한 바이러스다. 문제는 많은 이가 약을 먹으면 모든 통증과 균이 사라질 것이라 오해한다는 점이다.

 

특히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하여 죽이도록 설계된 약물로, 바이러스성 질환인 단순 감기나 냉방병에는 아무런 치료 효과가 없다. 냉방병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범하는 잘못된 복약 습관들도 체내 생태계를 위협한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예전에 처방받은 항생제나 약을 임의로 재복용하는 행위, 두통약과 종합감기약을 중복으로 복용해 성분을 초과 섭취하는 행위, 혹은 약을 물이 아닌 고카페인 음료나 우유와 함께 삼켜 흡수를 방해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오남용은 정작 죽여야 할 균은 죽이지 못하고, 내 몸을 지키던 장내 정상 세균총을 파괴해 설사나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 헌혈과 치료를 막는 보건학적 위험, ‘최소 억제 농도(MIC)와 내성균’

 

"증상이 심해서 남은 약을 먹었을 뿐인데, 왜 위험하다고 하나요?"라는 질문을 갖는 청년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최소 억제 농도(MIC, Minimum Inhibitory Concentration)’와 ‘항생제 내성(AMR)’이라는 개념이 숨어 있다. 최소 억제 농도란 세균의 증식을 막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약물 농도를 의미한다. 의사의 정밀한 진단 없이 임의로 항생제를 먹다가 중단하거나 불필요할 때 복용하면, 체내 약물 농도가 이 MIC 수준에 미달하게 된다. 세균을 완벽히 사멸시키지 못하고 어설프게 공격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변종 세균들은 항생제의 공격 패턴을 기억하고 스스로 변이를 일으켜 약에 견디는 내성균으로 부활한다.

 

실제로 내성균을 보유하게 되면 향후 세균성 질환이나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치료제 효과가 들지 않아 치료 기간이 길어진다. 또한, 혈액 내 균 침투 위험이나 건강 상태 악화로 인해 일정 기간 헌혈이나 의료 시술에 제한받을 수도 있다. 내 무심한 약물 접촉이 미래의 내 치료 기회를 빼앗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 내 몸을 지키는 영리한 약 복용법

 

그렇다고 해서 약 복용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복용법을 타협하지 않는 태도다.

 

첫째, 냉방병 증상이 나타나면 약상자의 남은 약을 임의로 먹지 말고, 먼저 휴식을 취한 뒤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 둘째, 처방받은 항생제는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용법과 용량, 복용 기간을 끝까지 준수해야만 체내 세균이 내성을 갖지 않고 완벽하게 사멸한다. 셋째, 섭취 후의 몸 상태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방받은 약을 먹는 동안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고, 불필요한 약물 남용을 피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올바른 약 복용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공중보건을 바로 세우는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상식이다. 그 상식은 내 몸을 흐르는 약물과 미생물의 정밀한 과학적 원리를 바로 알고, 무심했던 일상의 습관을 바로잡아 나갈 때 빛을 발한다. 스쳐 지나는 냉방병 증상부터 약상자 속 작은 약 하나 뒤에 숨겨진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 그리고 나아가 내 몸과 사회를 향한 책임감 있는 복약 습관까지 스스로 실천해 내는 것. 약 뒤의 진실을 아는 청년들의 지혜가 모일 때, 당신의 일상은 그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더욱 안전하고 아름답게 완성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장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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