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쿠팡의 할인 비용 전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 측의 거부로 조사가 무산됐다. 쿠팡이 조사 개시 전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정위와 쿠팡 간 조사 절차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이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19일부터 28일까지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쿠팡은 행정조사기본법상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경우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사전에 조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증거 인멸이나 자료 은닉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장조사에서는 사전 통지를 예외로 적용해왔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19~21일과 24일 등 총 네 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쿠팡 측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해당 사실이 24일 공정위에 통보되면서 현장조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공정위 현장조사가 조사 대상자의 거부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앞서 2021년과 2022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도했다가 거부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현장조사 전 사전 통지 의무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강행할 경우 쿠팡과의 법적 다툼이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사전 통지를 받아들일 경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증거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쿠팡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우선 공정위 직권조사 결정의 효력을 정지할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공정위의 현장조사 재개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공정위는 소송에 대응하는 한편 쿠팡의 주장처럼 조사 전 7일 통지를 거친 뒤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전 통지에 따른 조사정보 유출과 증거 인멸 가능성, 다른 기업에 대한 적용 여부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의 배경에는 쿠팡의 가격 맞춤형 쿠폰 정책이 있다. 쿠팡은 특정 상품의 가격이 경쟁 쇼핑몰보다 높을 경우 쿠폰을 자동 발행해 소비자의 실제 결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운영해왔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이전보다 증가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쿠팡에 대한 개별 조사 문제를 넘어 대규모유통업체에 대한 공정위 현장조사의 절차와 조사권 행사 범위를 둘러싼 기준을 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 통지 여부가 조사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준수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반면 공정위 입장에서는 조사 사실이 미리 알려질 경우 관련 자료가 변경되거나 은닉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쿠팡에 대한 조사 여부뿐 아니라 향후 대규모유통업체에 대한 공정위 현장조사의 절차와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원의 판단과 공정위의 후속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