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조사 처분 취소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양측의 법적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쿠팡이 과거 같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에 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현장조사 자체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와 공정위·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 방식 등을 문제 삼은 상황과 맞물려 쿠팡의 대응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 확보를 위해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쿠팡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쿠팡 측은 조사에 앞서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19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쿠팡은 이후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쿠팡의 소송 제기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장조사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 의무가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공정위 조사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다.
쿠팡은 행정조사기본법 17조에 따라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경우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행정조사기본법 3조 2항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 가운데 공정거래법,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8개 법률에 대해서는 해당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이 이 예외 법률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사전통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에도 공정거래법상 조사 절차가 준용되기 때문에 행정조사기본법의 사전통지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대규모유통업법 38조는 이 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정위 조사와 의견청취 등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그동안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해왔다.
쿠팡 역시 올해 2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21억8천500만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목표 마진을 달성하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나 광고비 등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사 과정에서 쿠팡은 공정위 현장조사에 응했다.
이번 대응이 달라진 배경으로는 최근 미국 정치권의 쿠팡 관련 발언도 거론된다.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1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공정위 등의 조사 방식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쿠팡이 미국 정치권의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공정위 조사에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사안이 다른 기업의 공정위 현장조사 거부로 확산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쿠팡의 현장조사 거부와 관련해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히며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거부한 기업에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2억원이다. 제재 수단만 놓고 보면 조사 거부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쿠팡의 소송에 대응하는 동시에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다른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쿠팡에 대한 조사가 장기간 중단될 가능성이다.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판단은 통상 1~2주 안에 이뤄질 수 있지만 본안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최종 결론까지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과거에는 공정위 현장조사에 응했던 만큼 이번 대응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규모유통업법에 행정조사기본법의 사전통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양측의 법 해석이 충돌하고 있어 법원의 판단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쿠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정위가 향후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로 공정위의 해석이 인정되면 쿠팡의 현장조사 거부가 적법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소송 결과가 향후 유통업계 조사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규모유통업법을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예외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