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두 방안 모두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 속도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공원 주택공급 방안은 특별법 개정과 미군 이전, 토양 정밀 조사 등 해결해야 할 절차가 산적해 있다. 이에 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 활용안 역시 기존 시설의 대체 이전 부지 선정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용산과 탄천을 둘러싼 논쟁이 '어디에 주택을 공급할 것인가'에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실제 사업 착공 및 공급 시점이 언제 가능한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서울시의회 제339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공급 방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차인영 시의원의 질문에 오 시장은 "전 세계 어느 대도시 시장이라도, 공원 용지로 예정되어 있던 곳을 부동산 가격 급등 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거용 부지로 전환한다고 하면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용산공원 조성 계획 단계부터 공원 부지의 주택·개발용 활용 가능성에 반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용산공원 선포식을 할 때 항의의 뜻으로 참석을 안 했다. 본체 부지의 일부를 매각해 이전 비용으로 쓰겠다 하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용산공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용산공원 본체는 어떤 경우에도 손대지 않는다는 걸 보장해주지 않으면 서울시장은 그 마스터플랜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을 마치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대립각을 세운다'는 식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참으로 졸렬한 견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공원 보존 문제와 별개로 용산공원 활용이 단기간 내 주택공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용산공원특별법이 본체 부지는 손을 못 대게 했기 때문에 바꿔야 하고, 미군이 완전히 이전을 해야 하는데 이 시점 자체가 미정"이라며 "토양 정밀 조사 시행, 인허가 등을 고려하면 이 정부하에서는 착공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10년 뒤 주거지 공급에 대한 것을 전제로 탄천물재생센터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이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 활용안은 용산공원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하자는 구상이다. 앞서 오 시장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탄천물재생센터 일대 약 40만~50만㎡를 활용해 1만3천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탄천물재생센터 활용 역시 사업 추진 초기 단계부터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 시장으로부터 제안받은 방안과 관련해 기존 시설 이전의 난점을 지적했다.
김 장관은 "교도소 이전 문제는 이전을 결정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짓겠다고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탄천물재생센터도 마찬가지로 옮기는 결정보다 이전 부지, 이전 장소를 선정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하수처리 시설의 대체 부지 확보와 이전 대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서울시의 공급 구상이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서울시의 개발 방식에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김 장관은 탄천물재생센터 활용과 관련해 고급 아파트나 일반적인 도시개발보다는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인근 시유지 매각과 민간투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주택과 첨단산업,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함께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 구상은 각기 다른 사전 인허가 및 조율 과제를 안은 채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용산공원은 관련 법 개정과 미군 이전, 토양 정밀 조사 및 인허가 등의 절차가 사업 추진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또한 탄천물재생센터는 기존 시설을 이전할 장소와 재원 조달, 개발 방식 등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가 각각의 공급 방안을 놓고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으나, 어느 쪽이든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공급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은 공통적"이라며 '주택공급 방식을 둘러싼 여론도 정부와 서울시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용산이나 탄천 모두 착공 및 입주까지 최소 10년 안팎이 소요되는 중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당장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인 청사진 제시와 더불어 시장이 단기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입주 로드맵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용산공원과 탄천물재생센터 활용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서울 주택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장기 공급 계획과 별개로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물량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시점에 제시할 수 있을지가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조사해 27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 공급과 관련한 물음에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민간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59%로 나타났다.
반면 '용산공원 등 도심 부지를 활용해 공공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11%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4∼26일 만 18살 이상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