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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만으로는 한계"...'30년 이상'된 노후 주택, 도시주택 필지의 "절반"

노후 저층주택 126만 개…정비 사각지대 확산
주민은 떠나기보다 계속 거주…맞춤형 해법 필요

 

【 청년일보 】 전국 도시지역의 주택 건축가능 필지 가운데 절반가량이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저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주거지가 도시 주거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지역별 여건과 주민 수요가 달라 재개발·재건축 등 획일적인 정비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좁은 필지와 열악한 도로 여건, 고령화와 지역경제 쇠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실제 주민 상당수는 이주보다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토정책 Brief'에 따르면 건축물이 위치한 주택 건축가능 필지는 전국적으로 약 254만 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이외 4층 이하 주택에 해당하는 노후 저층주택 필지는 약 126만 개로 전체의 49.6%를 차지했다.

 

주택 건축가능 필지를 용도지역상 주거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노후 저층주택 비중은 필지 수 기준 약 53%에 달했다.

 

노후 저층주택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도시 주거공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노후주거지의 여건이 지역마다 크게 달라 획일적인 정비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은 물리적 쇠퇴가 두드러지는 노후주거지일수록 소형주택 비율과 도로에 제대로 접하지 못한 접도불량필지 비율이 높은 공통점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노인인구 비율과 사업체 수 감소율 역시 높게 나타났다.

 

노후주거지 문제가 단순한 건축물의 연식 문제가 아니라 주택 규모와 도로 등 기반시설, 인구구조, 지역경제 상황까지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도시 규모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특·광역시와 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노후주거지는 인구와 주택 밀도가 높고 청년인구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인구 15만 명 이상 30만 명 미만 중소도시는 소형주택과 접도불량필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5만 명 미만 중소도시는 과소필지와 접도불량필지 비율이 높고 노인인구 비율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의 노후주거지를 같은 방식으로 정비하기보다는 지역 여건에 따라 정책 목표부터 달리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국토연구원의 제안이다.

 

국토연구원은 수도권 노후주거지의 경우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지방도시 노후주거지는 기존 주민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실제 주민들의 인식도 기존 정비사업의 공식과는 차이를 보였다.

 

국토연구원이 부산 반송2동과 경기 이천 창전동, 충북 청주 우암동, 경북 포항 해도동, 강원 강릉 교2동, 전남 담양읍 등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주민은 근시일 내 이주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지역별로 이주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78.3~98.0%에 달했다. 국토연구원은 "주택은 노후되었으나 주민들의 계속거주 의사는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노후주택에 거주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반드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새 아파트 입주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주택 정비 과정에서 주민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사항은 노후 배관과 누수 문제 해소, 단열과 냉방을 위한 창호 교체 등이었다.

 

공공에 기대하는 지원 역시 정비비용 저리 융자와 공사 기간 임시거주 지원이 공통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선호하는 정비 방식도 지역별로 달랐다. 부산 반송2동과 이천 창전동, 청주 우암동 등에서는 단독주택을 아파트로 전환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반면 포항 해도동 주민들은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의 전환을 선호했고, 강릉 교2동과 담양읍에서는 기존 단독주택을 유지하는 방식의 개별 재건축 선호가 높게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사례지역 조사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노후주거지별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여건과 주민 수요를 함께 고려한 차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사 대상 6곳에서는 모두 노후주거지 전반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관리체계가 부족하고, 단발성·점 단위 개별 정비사업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전면 철거형 정비 역시 지역 여건에 따라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은 노후주거지의 법률적 개념을 정립하고,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노후주거지의 물리적·사회적·경제적 특성을 종합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지역별 여건에 맞는 사업과 정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시·군 단위의 종합관리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 주택 건축가능 필지 2곳 중 1곳이 노후 저층주택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얼마나 많이 새로 짓느냐'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이 가능한 곳에서는 주택공급을 확대하되,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기존 주민의 계속 거주 수요가 높은 지역에는 소규모 정비와 집수리, 기반시설 개선, 공공지원을 결합한 별도의 관리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노후주거지가 도시공간 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장기적·계획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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