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홈쇼핑 업계에서 계절을 앞서 상품을 구매하는 '역시즌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자들이 할인 혜택이 큰 비수기에 상품을 미리 구매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업계는 이 같은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이월 상품 중심이었던 역시즌 판매를 신상품과 프리미엄 상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홈쇼핑 업체에서는 여름 계절 상품과 함께 가을·겨울 계절 상품 등 '역시즌'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올해 특히 역시즌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외투, 식품 등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 구색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홈쇼핑 업체에서는 이 같은 소비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GS샵에서도 '계절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소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상품이 필요한 계절까지 기다리기보다 할인 폭이 큰 시기를 활용해 미리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실제 올해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진행한 GS샵 역시즌 겨울 패션 상품 주문액은 1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억원 대비 375% 신장했다.
올해 처음 론칭한 스페인 가죽 브랜드 '로보'도 역시즌 기간 누적 주문액 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진행한 로보 역시즌 방송에서는 무스탕 코트가 방송 30분 만에 주문액 6억원을 기록했으며, 6월 방송에서도 로보 스웨이드 재킷과 무스탕이 약 9억원의 주문액을 올렸다.
아이템별로는 코트와 다운 패딩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코트 주문액은 전년 대비 629% 신장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다운 패딩 점퍼도 512% 신장했다.
특히 겨울철 대표 프리미엄 소재인 캐시미어를 활용한 코트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7월 27일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오른 날 방송한 '르네크루' 캐시미어 100% 코트는 주문액 약 4억원을 기록했다.
다운 패딩 역시 구스 등 프리미엄 충전재를 사용한 상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았다. 7월 11일 방송한 '제이슨우 트렌치 구스다운'은 방송 시작 35분 만에 주문액 약 6억원을 기록하며 한여름에도 이어지는 프리미엄 겨울 아우터 수요를 보여줬다.
롯데홈쇼핑에서도 역시즌 마케팅은 기후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가을 및 겨울 패션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겨울을 미리 준비하는 고객들에게 아우터와 슈즈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여름철 주요 판매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판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 7월 가을·겨울 패션 상품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단독 패션 브랜드 '바이브리짓'이 올해 선보인 가을·겨울(이하 FW) 신상품 '컬링 호주산 양모 재킷'은 60분 방송 만에 1만 세트가 판매됐고, 프랑스 패션 브랜드 '폴앤조'의 신상 양모 코트도 약 4천 세트 판매됐다.
지난달 25일 엘쇼에서 선보인 단독 패션 브랜드 'LBL'의 양모 무스탕 재킷은 30분 만에 약 1만 세트가 판매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올렸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6월부터 가죽 전문 패션 브랜드 '리오벨'을 비롯해 '디아루체', '유로컬렉션' 등 인기 패션 브랜드의 2027 FW 상품 프리 론칭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 역시즌 행사는 이월 재고 상품의 할인 판매 중심이었지만, 현대홈쇼핑은 지난해부터 패션 협력사와 협업해 다가오는 겨울 시즌 컬렉션 신상품을 선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는 이처럼 소비자들이 역시즌 상품을 선호하는 이유로 ▲고물가 ▲가격 중시 소비 확산 ▲프리미엄 수요 확대 등을 거론하고 있다.
먼저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시점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상품이 필요한 시기에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할인 폭이 큰 비수기를 활용해 필요한 상품을 미리 구매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 아우터처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상품은 비수기에 구매할 경우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역시즌 소비가 더욱 활발하게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필요한 상품이 아니더라도 가격 혜택이 크다면 구매를 앞당길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단순히 저렴한 상품보다 가격 대비 품질과 상품성을 함께 따지는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시즌 상품 역시 단순 할인 상품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소재와 브랜드를 갖춘 상품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홈쇼핑 업계의 판매 전략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과거 역시즌 판매가 이월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다가오는 시즌의 상품을 미리 선보여 수요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역시즌 상품 확대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절을 앞서 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실제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할 경우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 상품은 기후와 유행 변화에 민감해 선제적인 물량 확보에 따른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 홈쇼핑 업계의 역시즌 전략은 단순히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기보다 소비자의 구매 시점을 앞당기고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에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상품 차별화와 수요 예측 능력이 역시즌 상품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역시즌 상품에 대한 수요가 홈쇼핑 업계의 새로운 활로로 역할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홈쇼핑 업계는 기존 주력 상품의 성장성이 둔화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역시즌 상품은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와 프리미엄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수요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순히 할인 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기 어렵다"며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가 높은 상품을 선별하고, 시즌과 관계없이 구매할 만한 상품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역시즌 소비의 확산은 소비자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구매하기보다 가격과 상품성을 기준으로 구매 시점을 선택하고 있다는 변화를 보여준다"며 "홈쇼핑 입장에서는 기존의 계절 중심 상품 편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 시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역시즌 상품을 단순한 재고 소진 수단으로 접근하면 판매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가격 경쟁력과 함께 차별화된 상품, 프리미엄 상품 등을 결합해 소비자가 계절과 관계없이 구매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