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의 모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지어소프트의 김영준 대표가 '이중고'에 놓였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 대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본인 보수한도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안건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으며 반기보고서의 등기이사 보수 지급액은 공란으로 남았다. 배당 대신 3년 연속 사들여 온 자사주는 개정 상법에 따라 소각 부담을 떠안게 됐고, 그 사이 지분을 11%대까지 늘린 미국계 펀드가 2대 주주로 올라서 차기 주총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표 표 묶이자 보수한도 '부결'…등기이사 보수란은 '공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어소프트는 지난 3월 30일 열린 제28기 정기주총에서 제5호 의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같은 날 재무제표 승인,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 정관 일부 변경, 김영준 사내이사 재선임과 황현대 독립이사 선임, 감사 보수한도(1억원) 승인 등 나머지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유독 이사 보수한도만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부결의 흔적은 올해 반기보고서에 그대로 남았다. 임원 보수 항목의 주주총회 승인금액 이사란은 공란('-')으로 기재됐다. 전년에는 이사 4명에 대해 15억원의 한도가 승인된 바 있다. 상반기 보수 지급액 역시 등기이사 2명(김영준·강창훈)과 독립이사 2명(최진석·황현대) 모두 공란으로 처리됐고, 감사 1명만 3천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이사와 감사 5명에게 지급된 총보수는 3억6천400만원이었다.
현행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서 정하지 않았다면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어소프트 역시 그동안 이사 보수 지급 기준을 '주주총회 승인 한도 이내'로 공시해 왔다. 한도 승인이 없으면 회사가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다.
그런데 같은 반기보고서의 별도재무제표 주석에는 등기임원에 대한 단기종업원급여 1억4천500만원과 퇴직급여 1천208만원 등 1억5천708만원이 주요경영진 보상으로 계상됐다. 공시 본문과 주석이 엇박자를 내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급이 이뤄졌다면 주총 승인 없는 보수 지급이라는 상법상 논란이, 아직 지급하지 않은 비용을 미리 계상한 것이라면 향후 지급 근거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 지분 27.84%인데 왜 부결됐나…'자기 보수에 자기 표 못 쓴다'는 판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어소프트 지분은 27.84%다. 김 대표 본인 14.92%에 부친 김수철씨 8.70%, 배우자 방수인씨 2.32%, 특수관계법인 우리에프앤비 1.90%를 더한 수치다. 통상 이 정도 지분이면 보통결의 안건은 무난히 통과되기 마련이다. 유독 보수한도 안건만 발목이 잡힌 배경으로는 대법원 판례가 지목된다.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 대법원은 남양유업 사건 등에서 이사인 주주는 자신의 보수한도를 정하는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확정했다. 쉽게 말해 자기 보수를 자기 표로 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산법이다. 상법상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과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라는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때 자기주식(199만5천523주·12.89%)은 발행주식총수 계산에서 아예 빠지지만, 판례상 특별이해관계인이 가진 주식은 발행주식총수에는 그대로 포함된 채 의결권 행사만 막힌다. 분모는 그대로인데 분자에서만 대표의 표가 빠지는 셈이다.
지어소프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은 1천347만8천907주로, 4분의 1인 약 337만주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의결권이 제한된 김 대표와 강창훈 이사의 230만9천38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주주 1천116만9천869주 가운데 30%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대표의 가족과 특수관계법인 지분 199만8천498주가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해도 137만주 이상이 더 필요하다.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율이 낮은 코스닥 상장사로서는 넘기 어려운 허들이다. 다만 회사는 의결권 제한 범위를 어디까지 적용했는지 공시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5년 무배당에 자사주 21%…개정 상법에 '방패' 무뎌져
김 대표의 또 다른 짐은 자사주다. 지어소프트는 최근 5개 사업연도 동안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자사주 매입에 집중해 왔다. 2024년과 2025년 각 100억원씩 자사주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 8월 4일 이사회에서 다시 100억원(126만5천823주) 규모의 취득을 결의하고 11월 4일까지 장내 매수를 진행 중이다. 매입이 끝나면 자사주는 326만1천346주로 발행주식의 21.07%에 이른다. 다만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별도의 자기주식 처분·소각 계획은 없다고 공시했다.
자사주는 보유하는 동안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 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만큼 통상 경영권 방어 카드로 꼽혀 왔다. 문제는 이 카드의 유효기간이 짧아졌다는 점이다. 개정 상법 제341조의4에 따라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기존 보유분도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소각하거나 주총 승인을 받은 보유·처분 계획을 따라야 하며, 상장회사가 이를 어기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 지분 11.38% 美 미리캐피탈, 차기 주총 '캐스팅보트'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미리캐피탈(THE MIRI STRATEGIC EMERGING MARKETS FUND LP)이 지어소프트 지분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5% 이상 주주 명단에 없던 미리캐피탈은 6월 말 153만3천500주(9.91%)를 확보해 김 대표에 이어 단일 주주 기준 2대 주주에 올랐고, 7월과 8월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11.38%까지 끌어올렸다.
2020년 설립된 미리캐피탈은 운용자산 약 9억달러 규모로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경영진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컨설타비스트(consultavist)' 전략을 내세우는 곳이다.
산술적으로 미리캐피탈은 차기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의결권 있는 주식은 약 1천221만주, 보통결의에 필요한 4분의 1은 약 305만주로 줄어든다. 김 대표 가족과 특수관계법인의 약 200만주만으로는 이번처럼 정족수를 넘지 못하지만, 미리캐피탈 지분 약 176만주가 더해지면 안건 통과가 가능해진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일수록 의결권 있는 주식이 줄어 외국계 펀드의 표 무게는 오히려 커지는 구조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의 향방이 최대주주가 아닌 미리캐피탈의 손에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IT서비스, 광고사업, 유통업 등을 영위하는 지어소프트는 오아시스 지분 55.27%를 보유한 실질적 사업지주사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천909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54% 증가했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