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지난 8월 13일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 강서구 염창근린공원 내 훼손지에 1천호 규모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장기 방치지 정비에 대한 기대와 기반시설 대책 없는 고밀 개발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의 반발이 충돌하고 있다.
관할 구청과 지역 정치권은 사유지 보상에 따른 특혜 시비를 막고 토지를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주민들의 집단행동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상지는 강서구 염창동 산24-1 일대(약 5만1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서울 시내 유일한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해당 지역은 1990년 문화회관·청소년회관·경로당 등 공공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민간공원 조성이 허가된 부지로 사업자가 공공시설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골프연습장만 운영하자 구청은 2006년 인가를 취소하고 2009년 직권 폐업 조치를 내렸다.
이후 토지 보상비와 회원권 채권 갈등, 사유지 지분 문제가 얽히면서 짓다 만 철골 구조물과 가림막, 중장비 주차장, 무단 방치된 인화물질 등이 20년간 방치돼 도심 속 흉물로 남았다.
해당 부지가 20년간 방치된 배경에는 복잡한 법적·재정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사업이 이미 착수됐던 도시계획시설이어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부지를 전면 공원화하려면 약 3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 매입비가 소요되는데, 협약을 어긴 민간 사유지에 대규모 공공재정을 투입할 경우 심각한 특혜 논란과 형평성 시비가 불가피해 그간 서울시와 자치구 모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정부의 1천호 주택 공급 발표 이후 지역사회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과거 총선 등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공원 복원 및 주민 편의시설 확충을 공약했음에도, 결국 고밀도 주택 공급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단순한 집값 문제가 아니라 주거환경과 안전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며 전용 누리집을 개설하고 서명 운동 및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 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등록된 '500세대 미만 소규모 재개발 권한 자치구 이양 철회 및 기초지자체 난개발 방지를 위한 광역 도시계획 통합 심의 의무화 촉구에 관한 청원'에서도 염창공원 부지 개발 문제가 대표적인 난개발 사례로 지적됐다.
청원인은 "20년간 공원 복원이 약속되었던 염창공원(산24-1) 폐골프장 부지마저 도로 인프라 대책 없이 1,000세대 규모 공공주택지구 추진이 강행되는 등 주민의 기본권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개별 신축 건물 인허가 남발로 기존 보도가 축소되거나 끊겨 주민과 학생들이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한 주택 공급 실적이라는 명목 아래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권과 쾌적한 주거환경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기초지자체 권한 이양 방침을 철회하고 광역 교통망과 도시 인프라를 종합 조율할 수 있는 총괄 통합 심의 체계를 견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도로 여건과 통학로 안전에 대한 불안도 크다. 인근 아파트 상가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여기 오실 때 보셨겠지만 도로와 인도 구분이 없다"며 "주민들은 도대체 인프라도 없는 여기에 왜 아파트를 1천가구나 지으려는지 이해를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역 근처 공사로 덤프트럭이 오가는데 학교 바로 앞까지 흙먼지와 소음으로 어지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조건적인 개발 반대가 아니라 세대 수 조절과 기반시설 확충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리도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1천가구는 너무 많으니 세대 수를 줄이고, 도로나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이해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사업 대상지 진입로는 도로 폭이 협소하고 중앙선이나 별도 인도가 없는 구간이 많아 현재도 통학로 안전 문제가 제기된다.
도로망 확충 없이 1천세대가 추가 유입될 경우 출퇴근길 극심한 병목현상과 인근 초·중학교의 과밀학급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주변 염창 우성 1·2차, 삼천리 아파트 재건축 추진까지 겹쳐 인프라 수용 한계를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행정 절차와 지역 형평성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국토부 발표 직후 강서구청이 진행한 주민 의견 청취 공람 기간이 8월 27일까지 불과 14일 안팎으로 설정되자, 여름 휴가철을 노린 '기습 공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울러 강서구가 이미 서울 시내에서 영구·공공임대주택 밀집도가 가장 높은 자치구 중 하나임에도 서울 내 유일한 택지로 또다시 지정된 것은 '임대 쏠림'이자 지역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반발이 확산하자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 8월 2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진 구청장은 사전 의견 수렴 부재에 대해 "사유지, 보상, 특혜시비 등 여러 문제로 사전에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점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원 복원 지연 배경에 대해 "당초 사업계획에 따른 시설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유지에 공공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 부담뿐만 아니라 형평성과 특혜 논란 등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 방식과 관련해 진 구청장은 "현재 제시된 사업 계획상 L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지만 민간 건설사의 시공을 통해 민간아파트 브랜드로 일반 분양과 임대주택을 혼합 공급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라며 "임대주택 비율도 통상적인 재건축 시 주택공급 임대비율 수준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구 한정애 국회의원 역시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 의원은 3천억원에 달하는 부지 매입비 문제를 짚으며 "사업자의 당초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 예산으로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특혜 논란이 매우 크고 현실적으로도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영구임대 공급 우려에 대해 한 의원은 "분명한 것은 통상적인 아파트 재건축 시 적용되는 임대 비율을 넘지 않을 것이며 이 또한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물량으로 검토될 예정이라는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교통 대책과 관련해서도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불편해하시는 통학로나 좁은 도로 여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사업 계획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의견이 취합되는 대로 늦지 않은 시기에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해 주민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자리가 마련되도록 강서구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서구청은 열람공고 기간 수렴된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주민설명회를 열어 국토부 및 LH와 사업계획 조율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