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서 정상화를 위한 절차가 본격화됐다. 다만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이행하고 영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상품 납품 정상화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일 열린 관계인 집회 표결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된 데 이어 법원의 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권자 등에 대한 변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를 받게 됐다"며 "당장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게 됐지만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계인 집회에서는 회생담보권자조 100% 찬성, 회생채권자조 75.90% 찬성, 주주조 100% 찬성으로 회생계획안이 가결됐다. 회생채권자조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서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요건도 갖췄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생계획안 인가가 홈플러스의 '실질적 정상화'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납품대금 지급을 통한 상품 공급 정상화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재오픈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정상적으로 상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상당한 규모의 미지급 납품대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현재 약 5천32억원 규모의 미지급 납품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이를 3년에 걸쳐 3차례 분할 변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오는 2028년 2월 0.5%, 2029년 2월 20.3%, 2030년 2월 79.2%의 미지급 납품대금을 분할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와 같은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내 영업 정상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라며 "자산 매각 이전에 부족한 자금과 상품을 기반으로 정상적인 영업조차 가능할지 의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홈플러스가 제시한 방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이와 같은 이유로 공익채권자의 상당수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에 끝내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납품이 이뤄져야 상품 판매 자체가 가능한데 홈플러스의 현재 매장 상황을 보면 이와 같은 기본적인 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품 납품 지연으로 인한 어려움은 재오픈한 매장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 is Back' 등 재오픈 기념 할인 판촉 행사를 진행했지만 준비한 물량이 조기 소진된 이후 일부 매장에서는 상품을 다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 등이 발생했다.
또한 재오픈한 매장 곳곳에는 여전히 상품이 제때 입고되지 않아 빈 진열대로 방치돼 있거나 진열대와 연관성이 낮은 상품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는 상품을 납품받아 판매한 후 판매대금으로 상품 대금을 지급하지만, 홈플러스는 현재 대금을 선불로 지급하고 있어 부족한 유동성 속에서 상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상품 공급의 어려움으로 이번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위한 상품 기획 및 공급조차 포기한 상황이다. 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이미 시작했다. 같은 업종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도 지속되고 있다.
다만 재오픈 이후 매출 추이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홈플러스는 영업 재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18일 동안 1천1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점포 매각 등 자산 매각을 통한 채권 변제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가운데 자가 점포 19개를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유한 1조3천억원의 선순위 담보권신탁채권을 우선 상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상환해 메리츠금융그룹의 담보권이 해제되면 홈플러스는 자가 점포 38개를 담보로 잡아 2030년 2월과 2037년 2월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여타 채권을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와 같은 계획이 실제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 점포는 매각 이후 다시 대형마트 점포로 개점하거나 재개발을 통해 상업·주거 시설 등 다른 용도의 시설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업계 일부에서는 홈플러스의 핵심 매장을 경쟁 대형마트가 부분적으로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형마트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가능성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순매출 6조9천150억원, 영업손실 43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1조3천295억원의 매출과 3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업권의 실질적인 영업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실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건에서 홈플러스가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핵심 점포 매각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새 점포를 매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마트는 스타벅스 사태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는 한편 롯데마트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도입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타 목적의 부동산 개발 업체가 홈플러스 점포를 인수하는 방안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따르면 지난해 개발행위허가는 총 16만9천319건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납품 과정을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사업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생계획안 인가만으로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완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상품 공급 정상화와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홈플러스는 상품을 공급받기 위해 납품대금을 선지급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이 다시 상품 확보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매출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회생계획의 중요한 전제지만 최근 대형마트 업황과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계획한 시점에 원하는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결국 초기 영업 정상화와 자산 유동화를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느냐가 회생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홈플러스의 정상화 여부는 결국 소비자가 다시 매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상품 구색과 재고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대형마트는 다양한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판매하는 것이 기본인 만큼 현재와 같은 상품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매출 회복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히 추석과 같은 주요 소비 성수기에 상품 기획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쟁 업체와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홈플러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여부를 상품과 서비스 수준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점포 매각 역시 회생계획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대형마트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자를 확보하고 적정한 가격에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홈플러스가 단순히 자산을 매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업 기반을 유지하면서 납품과 판매, 현금 확보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