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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보다 운용성과 책임져야”…퇴직연금 금융기관 역할 전환 필요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퇴직연금 개편 방향 제시
기금형 3개 유형 병존…정책 목적별 지배구조·성과기준 필요
계약형 디폴트옵션 개선도 병행…"상품 아닌 책임구조 전환"

 

【 청년일보 】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금융기관의 역할을 단순 상품 판매에서 가입자의 장기 운용성과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수탁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자본시장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KCMI 이슈브리핑'에서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개편 방향과 기금형 제도 도입 시 고려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개편의 목적을 금융산업이나 자본시장 활성화가 아닌 가입자의 노후소득 확충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기관이 상품 판매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면, 기금형 제도에서는 가입자 이익을 중심으로 장기 운용을 관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제도가 실질적으로 노후 소득에 기여하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살펴본 것으로, 금융기관의 이해관계에서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금융기관도 판매사에서 운용책임을 지는 수탁기관으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501조4천억원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체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상품에 머물렀으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64%에 그쳤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한 퇴직자 비중도 16.5% 수준이다.

 

남 연구위원은 이처럼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커졌지만 실제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퇴직연금을 단순한 후불임금 보전 장치에서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의무적 노후소득 보장 제도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은 43% 수준이지만 평균 가입기간을 반영한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약 30%로 평가되는 만큼, 부족한 노후소득을 퇴직연금이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도인출 등 적립금 누수를 줄이는 동시에 장기·분산투자를 통해 운용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퇴직급여 역시 일시금보다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퇴직연금 개편의 핵심은 상품을 더 많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적립금을 장기간 운용하면서 가입자의 노후소득을 높일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논의되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금융기관 개방형, 비영리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세 가지 유형이다.

 

금융기관 개방형은 기존 금융 인프라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수익률 제고, 비영리 연합형은 기업·근로자 간 연대와 위험 분담, 공공기관 개방형은 취약 사업장과 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각각 목적으로 한다.

 

남 연구위원은 세 유형을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체재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 유형이 지향하는 정책 목적이 다른 만큼 지배구조와 성과평가 기준, 감독 방식도 그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기관의 역할 변화와 함께 수탁자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향후 관련 법안에 수탁자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가입자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기관이 단순히 상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입자의 이익을 기준으로 자산을 장기 운용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금형 도입 이후에도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이 상당 기간 병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행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야 적용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별도 의사표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장기 분산투자 상품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확정급여형(DB)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일임운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개편의 초점은 상품을 더 많이 공급하는 데 있지 않다"며 "적립금을 장기간 운용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주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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