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를 내걸고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터인 '책상'만 지방으로 보내고 삶의 터전은 외면했던 1차 이전의 덫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수한 교육과 의료 등 정주 생태계에 대한 대책 없이 사옥만 옮기는 물리적 분산에 매몰될 경우, 주말 공동화와 인재 이탈을 부르는 또 다른 반쪽짜리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국 355개 공공기관 가운데 168곳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에만 130곳이 몰려 전체 수도권 소재 기관의 77.4%를 차지한다.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과 109개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개혁에 나선 배경이다.
문제는 과거의 경험이다. 2005년 본격화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2019년까지 이어지며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상당수 기관의 본사를 지방으로 옮겼다. 그러나 기관의 물리적 이전만으로 지역 정착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내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일부 혁신도시에서는 금요일이면 수도권행 통근버스가 줄을 잇고, 주말이면 상권의 활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주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가족을 수도권에 남겨둔 채 홀로 지방으로 내려가는 나홀로 이주나 주말가족도 적지 않았다. 교육·의료시설과 문화 인프라, 배우자의 일자리 등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실제 원주 혁신도시의 한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관계자는 "서울과 거리상으로 가깝다 보니 금요일이면 연차를 쓰거나 조기 퇴근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원이 많고, 퇴근 시간대 통근버스 예약조차 쉽지 않다"며 "가끔 주말에 관사에 머물 때면 도시 전체가 적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공공기관 이전의 본질은 콘크리트 사옥을 짓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삶의 터전을 옮기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정주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교육과 의료, 문화시설은 물론 배우자의 일자리와 주거 환경까지 갖춰지지 않는다면 지방 이전은 직원들에게 단순한 근무지 변경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는 기관 내부의 이전 부담을 키우고 인력의 지역 정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4분기 중 이전계획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2차 이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전 대상 기관의 숫자와 수도권 잔류 여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람을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주거·교육·의료 지원책을 기관 이전과 함께 설계하고, 지역 대학과 산업 생태계까지 연결해야 한다. 청사 하나를 옮기는 것으로 균형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1차 이전의 교훈은 분명하다. 책상은 지방으로 옮길 수 있지만, 사람의 생활권은 명령만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금귀월래'라는 말이 2차 이전에서도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기관이 아니라 사람의 정착을 이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