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부 지침을 어긴 채 한도를 초과하고 시중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 직원 대상 사내 주택자금 대출을 방만하게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국민을 향한 가계대출 규제는 강화되는 반면, 주택 정책 집행 기관 내부에서는 여전히 '특혜성 대출'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구을)이 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직원 1천29명에게 총 828억9천689만원 규모의 사내 주택자금을 신규 지원했다.
주택 구입자금이 505건(384억7천957만원), 임차 자금이 524건(444억1천732만원)이다. 2026년 8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구입자금 278억1천481만원, 임차 자금 46억540만원 등 총 324억2천21만원에 달한다.
대출 조건 전반은 정부 혁신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있었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은 공공기관 임직원 주택자금 대출 한도를 1인당 7천만원 이내로 제한하고, 금리는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가계대출 금리 이상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LH는 임차 자금의 기본 한도를 지역별로 8천만~9천만원으로 책정하고 다자녀 가산 규정을 둬 수도권·광역시 등에서는 정부 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최대 1억4천만원(기타 지역 1억3천만원)까지 빌려줬다.
적용 금리 역시 공사 차입금리와 연동한 3.28%로, 올 3분기 한국은행 은행가계자금 대출금리(4.46%)보다 1.18%포인트 낮게 운용했다.
주택 구입자금 관리의 허점도 드러났다. 정부 지침상 의무인 LTV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고, 대출 주택 근저당권 설정 대신 보증보험 가입으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구입과 임차 자금 모두 지원 대상 주택의 가격 상한선이나 지역 제한을 두지 않아 고가 주택 마련에도 사내대출이 제약 없이 쓰일 수 있는 구조를 방치했다.
LH는 제출 자료를 통해 주택임차자금 한도, 임차자금 금리, 주택구입자금 LTV 미적용 및 근저당권 설정 등 3개 항목이 정부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공식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규제 사각지대 문제도 심각했다. LH 직원은 사내 주택대출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디딤돌·버팀목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과의 중복 수혜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조차 없었다. 심지어 사내 생활안정자금대출까지 중복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광범위한 대출을 운용하면서도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금융 규제 적용 여부를 협의하거나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진행한 기록은 전무했다.
이는 동일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과도 대비된다. 함께 자료를 제출한 국가철도공단의 경우 2024년 8월 주택자금 지원 규정을 신설했으나 정부 기준(한도 7천만원, 한국은행 금리)을 준수해 실제 집행 건수는 0건이었다.
더욱이 정부가 2026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로 설정하고 정책대출 비중 축소를 추진하는 등 고강도 총량 규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택 정책 주무 기관인 LH가 내부 직원에게만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LH 측은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를 통해 대출 한도 축소나 금리 인상 등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노조 협의를 거쳐 기준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전국 단위 순환 근무가 불가피한 공사 업무 특성을 반영해 정부 지침의 세부 기준을 현실에 맞게 합리화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애 의원은 "민간기업이 자체 재원으로 운영하는 복지제도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사내대출"이라며 "국민에게는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주택정책 집행기관인 LH가 정부 기준보다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운영하고 기준 완화까지 요구하는 것이 공정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기관 대출과 중복 이용할 수 있고 정책대출과의 중복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는다면 사내대출이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며 "국토부는 LH의 미준수 사항을 즉시 시정하고 산하 공공기관의 사내 주택대출 실태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