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출근길에는 외국어 강의를 듣는다. 점심시간에는 경제 공부를 하고, 퇴근 후에는 자격증을 준비한다. 주말에는 독서모임과 부업, 자기계발 일정이 이어진다.
요즘 청년들이 말하는 갓생의 익숙한 풍경이다. 문제는 열심히 사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열심히 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삶이다.
갓생은 본래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이자는 긍정적인 문화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성실하게 사는 삶은 쉬어서는 안 되는 삶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한 청년은 하루 일과를 시간 단위로 관리했다. 아침에는 운동을 하고 낮에는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했다.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와 다시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에게는 하루 공부 시간 목표가 있었다. 목표를 채운 날에는 안도했고, 채우지 못한 날에는 "오늘 하루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성취감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문제가 생겼다. 책을 펼쳐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지금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답은 단순하다. 휴식까지 실패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 일을 마치고 나면 자격증을 준비하고 외국어를 공부한다. 재테크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하나의 직업만 믿고 살아가기에는 미래가 불안하니 이직을 준비하고, 부업을 찾고, 또 다른 전문성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한 직장인은 퇴근 후 대학원과 자격증 공부를 병행했다. 주말에는 운동모임에 나갔고, 매일 자신의 성취를 SNS에 기록했다. 주변에서는 "정말 열심히 산다"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어느 토요일 약속이 취소되자 오히려 불안해졌다. "이 시간에 뭔가 해야 하는데…" 쉬는 시간이 생겼는데도 쉬지 못했다. 그 순간 휴식은 더 이상 휴식이 아니라 생산하지 못한 시간이 됐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갓생의 이면이다.
자기계발은 분명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일은 삶의 선택지를 넓힌다. 그러나 자기계발이 자기검열로 변하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조금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과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만 후자는 사람을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SNS는 이런 불안을 더욱 키운다. 우리는 매일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과 자신의 평범한 하루를 비교한다. 누군가는 새벽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자격증을 따고, 또 다른 누군가는 퇴근 후 부업으로 수입을 만든다.
그 장면들을 계속 보다 보면 평범하게 출근하고 하루를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매일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한 사람의 하루 전체가 아니라 잘라낸 몇 장면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왜 청년들은 이렇게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느낄까?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고,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은 커졌다. 취업에 성공했다고 경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언제든 이직을 준비해야 하고, 자신의 시장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자기계발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전략이 되기 쉽다. 그래서 갓생을 단순히 요즘 청년들의 과도한 욕심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불안정한 현실을 개인의 노력만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압박이 갓생 문화를 키운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해결해야 할 불안을 개인에게 넘겨놓고 "더 노력하라"고만 말한다면 결국 자기계발은 자기착취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사회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개인에게도 자신의 속도를 선택할 책임이 있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모든 기회를 잡을 필요도 없고 모든 경쟁에 참여할 이유도 없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능력만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능력도 중요하다.
특히 휴식을 죄책감과 연결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운동선수도 매일 전력질주하지 않는다. 훈련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장기적인 성과를 만든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잘 쉬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오늘 계획했던 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하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 밥을 먹고, 동네를 걷고, 늦잠을 자고, 아무 일정 없이 하루를 보내는 시간도 삶의 일부다.
우리는 오랫동안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요구해 왔다. 더 공부하고, 더 준비하고, 더 경쟁력을 갖추라고 했다.
이제는 얼마나 더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라고 관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갓생의 기준 역시 바뀌어야 한다.
하루를 빈틈없이 채우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꾸준히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좋은 삶이다.
갓생과 번아웃의 차이는 의외로 크지 않다. 열심히 사는 이유가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갓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아서 계속 달리고 있다면 이미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니다. 진짜 갓생은 하루를 꽉 채우는 삶이 아니며, 달려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다.
글 /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