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인공지능(AI)이 이야기를 만들고 게임 속 인물의 대사와 행동까지 설계하는 시대를 맞아 게임 콘텐츠의 핵심인 '창작'의 의미를 되짚는 자리가 마련된다. 게임의 서사와 비주얼, 캐릭터, 음악, 플레이어의 선택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영역의 창작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AI 시대 게임 내러티브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G-CON 2026'의 2차 라인업과 세션별 상세 정보를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 올해 G-CON의 메인 테마는 '내러티브(Narrative)'와 'AI'다. 1차 연사진 공개에 이어 이번 2차 라인업에서는 게임 개발자를 넘어 영화·드라마·웹툰·애니메이션·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션이 공개됐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게임 산업에서도 제작 효율성과 창작 방식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G-CON 2026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인간의 창작 감각과 플레이어의 몰입을 내러티브라는 관점에서 짚어볼 계획이다.
특히 올해 세션은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관과 아트, 액션, 캐릭터 관계, 음악, 선택과 실패, 개인의 경험 등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 자체를 서사의 일부로 바라보며 AI 시대 창작자의 역할을 조명한다.
◆ 낯선 세계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법…'고스트 오브 요테이'와 게임 아트의 세계
대표적인 세션 가운데 하나는 '낯선 땅의 이야기를 세계의 이야기로'다. 동양적인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은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서사와 비주얼을 구축한 아리아드나 마르티네즈 수석 작가와 조안나 왕 아트 디렉터가 무대에 오른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출시 한 달 만에 전 세계 판매량 330만 장을 돌파했으며, 2026 BAFTA Games Awards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음악과 기술적 성취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번 세션에서는 서양의 개발진이 동양 특유의 정서와 역사·문화적 요소를 다루면서 이를 단순한 이국적 배경이나 클리셰로 소비하지 않고 하나의 완결된 세계관으로 구현한 과정이 다뤄진다.
웹툰 작가 이종범도 함께한다. 오랜 기간 자신만의 서사와 작화로 독자를 사로잡아온 창작자의 시선에서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아트와 이야기가 어떻게 결합해 하나의 세계를 완성했는지를 살펴본다. 역사적 맥락과 창작적 해석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세웠는지, 시각적 표현이 플레이어의 몰입을 어떻게 강화했는지도 논의한다.
게임 아트의 역할을 보다 확장해 바라보는 세션도 마련된다. '게임 아트는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는가'에서는 '갓 오브 워', '마블 스파이더맨', '컨트롤', '팀 포트리스 2',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등 다양한 작품의 세계를 구축해온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모비 프랭크, 게빈 굴든, 브루노 벨라스케즈, 엘메리 라이티넨은 각자의 작품과 담당 분야를 중심으로 초기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캐릭터와 배경, 애니메이션, 시각효과를 거쳐 실제 게임 세계로 구현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모더레이터는 댓게임컴퍼니의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 세실 킴이 맡는다. 'FINAL FANTASY IX'과 '갓 오브 워' 시리즈를 거쳐 현재 'Sky: 빛의 아이들'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세실 킴은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관점을 연결하며 게임 아트가 단순한 이미지 제작을 넘어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기능하는 지점을 짚을 예정이다.
◆ 액션과 선택도 이야기다…'팀 닌자'부터 '더 위쳐'까지 서사의 새로운 문법 제시
게임의 이야기를 대사와 영상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도 G-CON의 주요 화두다.
'Team NINJA의 고난도 액션 RPG 게임 제작 방식'에서는 'Nioh(인왕)' 시리즈와 'Wo Long: Fallen Dynasty(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NINJA GAIDEN(닌자 가이덴)' 시리즈 등을 만들어온 Team NINJA의 액션 설계 철학을 다룬다.
히라야마 마사카즈와 시바타 코헤이는 고난도 액션 RPG에서 전투 시스템과 플레이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소개한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전투 방식이 인물의 성격과 세계의 분위기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도전과 성취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는지, 새로운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감정과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반복되는 실패와 재도전이 단순한 게임 플레이 과정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의 성장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서사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대사나 영상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액션 게임의 문법을 Team NINJA의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는 구상이다.
세계관과 선택을 중심으로 한 '더 위쳐' 세션도 마련된다. '더 위쳐 내러티브: 서사적 장치와 영감의 원천'에는 '더 위쳐' 세계와 이야기를 구축해온 마르친 블라하 스토리 디렉터와 필립 웨버 내러티브 디렉터가 참여한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 6천500만 장을 기록한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를 중심으로 신화와 민담, 역사와 문학 등 기존의 익숙한 이야기에서 출발해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다룬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이야기의 의미를 바꾸는 구조, 메인 스토리 못지않은 인상을 남기는 사이드 퀘스트,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 없는 인물과 사건을 만드는 방식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화학자이자 게이머로 활동해온 장홍제 교수도 함께한다. '어둠의 화학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는 학자의 분석적 시선과 플레이어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위쳐'의 복잡한 서사 구조와 선택의 작동 방식을 해석할 예정이다.
◆ 김형태·미카미 신지부터 FF7 원작·리메이크 주역까지…게임 역사를 만든 창작자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크리에이터들의 만남도 G-CON의 핵심 콘텐츠로 꼽힌다.
'비주얼로 세계를 설계한 김형태, 장르의 경계를 허문 미카미 신지, 누구보다 게임을 사랑해온 중년게이머 김실장' 세션에는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와 미카미 신지 대표가 참여한다.
김형태 대표는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를 통해 독창적인 비주얼과 캐릭터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아티스트에서 개발자로 영역을 확장하며 한국 게임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창작자다.
미카미 신지 대표는 '바이오하자드'와 '갓 핸드' 등을 통해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게임 경험을 선보여온 인물이다. 서로 다른 창작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자신만의 미학과 게임 철학을 어떻게 구축해왔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는 자리다. 게임 전문 채널 '중년게이머 김실장'이 모더레이터를 맡는다.
'FINAL FANTASY Ⅶ'의 원작과 리메이크를 잇는 창작자들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원작의 디렉터이자 현재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키타세 요시노리와 리메이크 시리즈의 디렉터 하마구치 나오키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약 30년에 걸쳐 이어져온 'FINAL FANTASY Ⅶ'의 원작과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오래된 IP를 새로운 세대의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원작이 구축한 세계와 캐릭터의 상징성을 어떻게 계승했는지, 동시에 현대적인 기술과 연출을 통해 기존 경험을 어떻게 확장했는지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원작부터 'FINAL FANTASY Ⅶ REMAKE'와 'FINAL FANTASY Ⅶ REBIRTH'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의 유산이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AI가 만들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말맛·관계·감정·개인의 경험까지
AI 시대에 인간 창작의 역할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세션도 마련된다.
'AI 게임 시대, 대체 불가능한 창작의 감각: 말맛과 맥락'에서는 영화감독 장항준과 이병헌이 참여한다. 두 감독은 각각 '왕과 사는 남자'와 '극한직업' 등을 통해 대사의 리듬과 상황, 인물 관계를 활용해 관객을 사로잡아온 창작자다.
AI를 활용해 게임 속 문장을 생성하고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대사를 자동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단순히 문법적으로 완성된 문장과 살아 있는 인물의 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같은 문장도 누가, 언제, 어떤 관계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웃음과 슬픔이 달라지는 만큼 인간 고유의 말맛과 맥락, 호흡이 AI 시대에도 중요한 창작 요소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와 게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출의 경계를 넓혀가는 흐름 속에서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도 논의한다.
'사건보다 오래 남는 사람을 만드는 법'에서는 게임과 드라마의 캐릭터 구축 방식을 비교한다. 캡콤의 신규 IP '프래그마타'를 연출한 조용희 디렉터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박인제 감독, 웹툰 작가 이종범이 함께한다.
'프래그마타'와 '무빙'은 각각 SF와 초능력이라는 장르적 설정을 활용하지만, 결국 이용자와 시청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거대한 사건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과 관계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두 매체가 캐릭터의 관계를 설계하는 방식, 시청자가 지켜보는 서사와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하는 서사의 차이를 짚는 동시에 로봇과 초능력자 같은 비현실적 설정이 오히려 인간적인 감정을 강조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방식도 다룬다.
감정의 시각화도 주요 주제다.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 내러티브 시각화의 법칙'에는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와 '인사이드 아웃 2'의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가 참여한다.
누적 조회수 약 35억 회를 기록한 '유미의 세포들'과 전 세계 흥행 수익 17억 달러를 기록한 '인사이드 아웃 2'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심리를 캐릭터와 세계로 시각화한 대표적인 콘텐츠다.
두 창작자는 감정을 캐릭터와 공간, 표정과 움직임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심리학자이자 게임과학연구원 김경일 원장이 참여해 웹툰과 애니메이션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과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고 결과를 경험하는 방식의 차이를 분석한다.
◆ 개인의 상실부터 시스템·음악·선택까지…게임 내러티브의 미래 조망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창작물로 전환하는 과정도 G-CON 무대에서 다뤄진다.
'가장 개인적인 삶은 어떻게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는가'에서는 실제 가족의 경험을 게임으로 기록한 라이언 그린·에이미 그린 부부와 의사 출신 작가 이낙준이 만난다.
라이언 그린과 에이미 그린은 아들의 투병과 상실을 게임으로 기록한 'That Dragon, Cancer'로 2016년 The Game Awards 'Games for Impact'를 수상했다. 이낙준 작가는 의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웹소설과 드라마의 이야기로 발전시킨 창작자다.
세 사람은 실제 삶을 작품으로 공개한다는 것의 의미와 함께 기록과 각색의 경계, 창작자가 실제 경험을 다룰 때 지켜야 할 태도, 게임의 상호작용이 개인적인 경험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게임 내러티브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도 마련된다.
'확장되는 내러티브: 시스템, 선택, 음악이 만들어갈 게임 내러티브의 미래'에는 '하데스', '리터널', '디스패치' 등에서 활약한 창작자들이 참여한다.
그렉 카사빈은 반복 플레이를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었고, 대런 코브는 음악과 목소리를 통해 인물과 감정을 완성했다. 해리 크루거는 실패와 재도전이 서사의 일부가 되는 세계를 구축했으며, 피에르 쇼레트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관계와 결과가 달라지는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모더레이터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 산하 20세기 게임즈의 크리에이티브 리드 리스 모블리가 맡는다. 글쓰기와 시스템, 플레이어의 선택과 음악을 다루는 각 창작자의 경험을 연결해 게임만이 구현할 수 있는 내러티브의 문법을 살펴본다.
이들 세션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AI가 더 빠르고 정교하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 창작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G-CON 2026은 이에 대한 답을 단순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이라는 선언으로 끝내지 않는다. 세계관을 구축하는 아트, 캐릭터의 관계를 만드는 서사, 플레이어의 실패와 선택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바꾸는 시스템,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과 연출 등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하나의 이야기로 바라본다.
AI가 콘텐츠 제작의 영역을 빠르게 넓히는 가운데 오히려 플레이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게임이라는 매체가 다른 콘텐츠와 구별되는 고유한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글로벌 창작자들의 실제 경험을 통해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AI 스토리 창작 플랫폼 '크랙(Crack)'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G-CON 2026은 오는 11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3층에서 열린다. 추가 세션과 강연 타임테이블은 9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컨퍼런스 사전등록이 진행 중이며, 참관을 희망하는 관람객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지스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할 수 있다. 컨퍼런스 입장권을 구매하면 G-CON 세션 참여와 함께 BTC 전시를 4일간 관람할 수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