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500대 기업의 다양성 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임원 승진 기회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격차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여성 임원 비중은 소폭 확대됐지만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에서 여성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고, 직원에서 임원으로 진입하는 비율도 남성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사단법인 위민인이노베이션(WIN)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94개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2026년 다양성 지수(Diversity Index·DI)'는 100점 만점에 58.0점으로 집계됐다.
DI는 남성 대비 여성의 고용인원, 근속연수, 급여, 전체 임원, 등기임원,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 등 6개 기본 항목을 바탕으로 산출됐다. 여기에 여성 임원의 직무 영향도와 성별 임원 승진기회를 가점 항목으로 반영했다.
올해 DI는 지난해 57.0점보다 1.0점 상승했다. 2023년 55.2점, 2024년 56.0점, 2025년 57.0점에 이어 4년 연속 상승세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서는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다.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 가운데 여성 비중은 올해 5.5%로 지난해 5.6%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남성 고위임원은 3748명으로 전년보다 238명 증가한 반면 여성은 220명으로 1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처음 평가에 포함된 '임원 승진기회'에서도 성별 격차가 확인됐다. 전체 남성 직원 가운데 임원 비율은 1.4%였지만 여성 직원은 0.4%에 머물렀다. 직원 1천명당 임원 수로 환산하면 남성은 약 14명, 여성은 4명으로 여성의 임원 진입 기회가 남성의 25.5% 수준에 불과했다.
단순히 여성 임원 숫자나 비중만으로는 기업 내 성별 격차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올해 처음 도입된 지표다. 여성 직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여성 임원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전체 직원에서 임원으로 올라가는 비율을 성별로 비교해 실질적인 승진 기회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반면 여성 인력의 전체적인 규모는 확대됐다.
올해 조사 대상 기업의 남성 직원은 102만1천159명, 여성 직원은 36만5천907명으로 여성 비중은 26.4%를 기록했다. 여성 직원 수는 전년보다 9616명 늘었고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비중도 지난해 26.2%에서 0.2%포인트 상승했다.
근속연수 격차 역시 다소 줄었다. 남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1.1년, 여성은 8.9년으로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의 80.0%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7.9%보다 격차가 축소됐지만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전년과 동일했고, 남성의 근속연수가 11.4년에서 11.1년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급여 격차는 여전히 상당했다. 남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억1천420만원, 여성은 8천90만원으로 여성 급여가 남성의 70.8% 수준에 그쳤다.
여성 임원 비중 자체는 상승했다. 남성 임원은 1만4천407명, 여성 임원은 1천315명으로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 비중은 8.4%를 기록했다. 지난해 8.1%에서 0.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 비중도 지난해 12.8%에서 올해 13.6%로 0.8%포인트 상승했다. 남성 등기임원은 2천400명, 여성은 377명이었다. 다만 등기임원에는 사외이사 등 독립이사가 포함되는 만큼 이를 경영진의 성별 구성 확대와 동일하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은행의 DI가 71.6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제약 67.3점, 생활용품 64.8점, 보험 63.9점, 서비스 63.0점 등의 순이었다.
은행은 전체 다양성 지수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여성 직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에서는 유통·공기업 등과 함께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여성 인력의 절대적인 비중은 높지만 임원으로 올라가는 단계에서는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난 셈이다.
여성 임원이 맡는 직무의 다양성은 여신금융, 지주, 증권, 보험, 생활용품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건설·건자재, 자동차·부품, 에너지, 조선·기계·설비, 철강, 석유화학 등은 올해도 DI 하위권에 머물렀다. 현장·생산직 비중이 높고 남성 인력이 많은 산업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제조업에서는 개선세도 확인됐다. 2차전지와 철강의 DI는 전년보다 각각 1.8점, 1.3점 상승했다.
올해 다양성 지수 우수기업에는 삼보모터스, 셀트리온, LG화학, 코스맥스, 크래프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세실업, 현대자동차 등 8개사가 선정됐다. 전년 대비 개선 우수기업에는 이랜드월드와 제일기획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26 WIN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WIN과 리더스인덱스는 2020년부터 매년 국내 주요 기업의 다양성 지수를 평가해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