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화생명이 애큐온캐피탈 지분 50.54%를 4천4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함께 사들이는 사모펀드(PEF)에 일정 조건이 갖춰지면 자신의 보유 지분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수는 공시 상으로는 절반의 인수지만, 조건이 갖춰지면 사실상 전량 인수가 된다. 한화생명이 자본비율 부담을 피하려고 지분을 나눠 인수했으나 회계기준에 따라 부채로 잡힐 수 있는 데다, 정작 인수 대상인 애큐온캐피탈은 부실채권이 반년 새 37%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 '절반 인수'에 붙은 풋옵션과 동반매각청구권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유럽계 PEF(EQT)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50.54%(1천751만1천66주)를 4천4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나머지 지분은 한화생명이 지분을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조성한 PEF가 약 4천300억 원에 사들인다.
핵심은 두 회사가 맺은 주주 간 계약이다. 공시에 따르면 PEF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보유 지분 전량을 한화생명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확보했다. 여기에 한화생명 지분까지 묶어 제3자에게 통째로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도 쥐었다.
풋옵션을 쥔 센트로이드는 한화생명이 올해 1월 100억원을 출자한 '우군'이다. 센트로이드는 인수 자금 대부분을 증권사 차입(인수금융)과 펀드로 메울 예정인데, 한화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의 원금 회수 통로를 100% 보증해 준 셈이다.
◆ K-ICS 규제 피하려 쪼갰지만…장부엔 부채 계상 가능
시장에선 한화생명이 애큐온캐피탈 단독 인수가 아닌 일부 지분 인수를 추진한 배경으로 자본 건전성 규제를 꼽는다. 8천700억 원을 한 번에 출자하면 자본비율(K-ICS·킥스)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6월 말 K-ICS 비율은 168.0%지만, 순수 자본 체력을 보여주는 기본자본 K-ICS 비율은 3월 말 기준 59%다. 2027년 도입되는 금융당국의 최저 규제선(50%)을 충족하지만 권고치(80%)나 경쟁사인 삼성생명(170%)에 한참 못 미친다.
다만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32호(IAS 32)는 비지배주주에게 부여한 풋옵션을 연결재무제표상 금융부채로 반영하도록 규정한다. 공시상 인수 지분은 50.54%지만, 인수가 마무리되면 회계상으로는 나머지 지분 매입 예상액이 부채로 잡힐 수 있다. 이번 거래 단가로 단순 계산하면 약 4천300억원 규모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026년 3월 말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K-ICS 비율은 59%로 규제 수준(50%)에 근접해 있다"라며 "기본자본 규제는 2027년 도입될 예정으로 도입 시점까지 반기 이상 기간이 남아있고, 규제 수준 미충족 시 경과조치 적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경쟁사들이 규제수준 및 권고수준(80%)을 안정적으로 상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동사의 제도 대응 부담은 상대적으로 큰 상황으로, 기본자본 K-ICS비율은 현 수준 대비 제고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 사들이는 애큐온, 부실채권 37% 급증…충당금 증가폭은 제한
이 같은 상황에서 인수 대상인 자산 9조4천782억원 규모의 애큐온캐피탈의 6월 말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은 1천235억원으로 반년 전보다 37%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총여신) 증가율(8%)을 4배 이상 앞질렀다. 부실채권 비율(3.76%)은 비카드 여전사 업계 평균(2.85%)을 웃돌고, 회수가 사실상 어려운 '회수의문' 채권은 99억원에서 248억원으로 2.5배 급증했다.
이에 비해 손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은 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83%에서 66%로 17%포인트 하락했다.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 금액도 432억원에서 1천695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연결 기준 애큐온캐피탈의 상반기 순이익은 4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지만, 순이자손익은 1천417억원으로 13% 줄었다. 자회사인 애큐온저축은행의 상반기 이자수익이 20%가량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2022년 573억원에서 2023년 633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거래는 금융당국 인가 절차를 거쳐 마무리된다. 이번 애큐온캐피탈 지분 인수와 관련해 한화생명은 "여신전문금융업 신규 진출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