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에도 일할 사람이 없다”···K-조선, 인력난에 ‘몸살’

등록 2023.01.11 08:00:00 수정 2023.01.11 08:00:05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국내 조선업, 2018년 이후 최대 수주 점유율 37% 달성 ‘쾌조’
대형 5개 조선사, 목표 수주액 초과···평균 3∼4년치 일감 확보
수주 호황에도 인력난 아우성···올해 말까지 1.4만명 부족 관측
조선업 인력난 호소에 산업부 “외국·국내 신규 인력 촉진 방침”
업계 일각, 인력난 문제 해소 위해 ‘주52시간 제도’ 개편 촉구
야근·특근 못해 임금 하락→삶의 질 저하→인력 유출 ‘악순환’

 

【청년일보】 지난해 국내 조선 업체가 전 세계 발주량의 40%에 가까운 453억 달러(한화 약 57조5808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전 세계 발주량이 전년 대비 22% 감소한 반면 국내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4%p 상승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에도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은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외국인 인력 확보 및 국내 신규 인력의 유입으로 인력난을 극복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 같은 단편적인 해법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조속한 개편, 업종 특성상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해야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수주 물량이 넘치지만 이 같은 근로 규제로 인해 야근·특근이 어려워지고 결국엔 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인력 유출이 가속화된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5일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지난해 전세계 발주량의 37%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8년(38%) 이후 가장 높은 수주 점유율에 달한다. 지난해엔 전세계 발주량이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국내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4%p나 상승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전세계 발주량(279만CGT·270척) 중 58%에 해당하는 1천198만CGT(149척)를 수주했다. 이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역대 최고 선가를 기록 중인 대형 LNG 운반선은 전세계 발주량(1천452만CGT)의 70%(1천12만CGT)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로 전세계 발주 비중이 급증한 친환경 선박도 우리나라가 전체 발주량(2천606만CGT)의 50%(1천312만CGT)를 수주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대표 친환경 선박인 LNG 추진선 수주량도 우리나라가 1위였다. 지난해 전세계 LNG 추진선 발주 물량의 54%를 우리나라가 수주했다.

 

이 같은 수주 실적을 토대로 지난해 우리나라 대형 5개 조선사는 모두 목표 수주액을 초과 달성했다. 

 

먼저 HD현대의 조선·해양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현대삼호)은 239억9천만 달러를 수주해 목표액의 38%를 초과했고 삼성중공업(94억 달러)과 대우조선해양(104억 달러)도 각각 7%와 16% 초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통해 각 사는 평균 3∼4년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 고심이 더욱 큰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발표한 ‘2014~2021년 인력 통계’에 따르면, 사내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14년 20만3천441명으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장기간의 불황과 구조조정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지난해 7월 기준 종사자는 9만2천394명으로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한 업계에선 수주 실적 등이 개선되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생산 인력은 1만4천여 명 부족할 것으로 관측한다.

 

배를 건조할만한 인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산업부는 지난 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현장을 방문해 인력난 해소를 약속했다. 주로 외국 인력 도입과 신규 인재 양성을 통해 올해부터 이뤄지는 생산엔 차질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우리 조선업계가 장기간의 침체를 벗어나 최근 2년간 대규모 수주를 통해 3년 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지난 2016년 이후 장기간 이어진 불황 여파로 인력 다수가 유출됐다”면서 “생산해야 할 물량은 증가돼 차질 없는 생산을 위해선 생산인력이 신속하게 투입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우리 조선업의 경쟁력은 앞선 기술력과 선박을 차질 없이 건조할 수 있다는 신뢰에서 나온다”면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첫 과제가 차질 없는 생산을 위한 인력난 해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 6일, 산업부는 일손이 부족한 조선업에 외국 인력을 신속히 수혈하기 위한 차원에서 국내 행정 절차 소요 기간을 4개월→1개월로 줄이고, 기업별 외국인 도입 허용 비율을 현행 20%→30%로 2년간 한시 확대하는 ‘조선업 외국인력 도입 애로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 인력은 물론 국내 신규 인력의 유입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생산교육과 채용지원금을 지급하는 인력양성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주52시간 근로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신속한 개편을 촉구한다. 주52시간 근무제로 야간근무 및 특별연장근로를 하지 못해 월급이 제도 도입 전보다 크게 감소하고 결국 심각한 인력 유출로 귀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제 전면시행 1년 중소조선업 근로자 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주52시간제 시행 후 중소조선업 근로자 절반 이상(55%)의 삶의 질이 나빠졌다.

 

삶의 질이 나빠진 이유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어 경제적 여유 부족’이 93.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에 연장수당 감소 보전을 위한 ‘투잡’ 생활로 여가시간 감소’(35.8%) 등을 꼽았다.

 

여기에 근로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이후 임금이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시행 전과 비교해 임금이 월평균 60만원 감소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 년간 지속됐던 업계 불황기로 인해 급여 및 처우가 타 업종 대비 나빠진 것과, 이전부터 3D 업종으로 불릴 만큼 기피현상이 심했기 때문에 인력난이 더욱 가중됐다”면서 “무엇보다 일부 종사자들은 주52시간 제도 도입으로 수익 보전이 어렵게 되자 타 직종에 떠난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소재의 한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들어 조선업계가 수주량 급증으로 호황기에 진입했지만 일부 업체에선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라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주52시간 제도가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업종별로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아쉬움도 분명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뿌리·조선산업은 특정 기간 추가연장 근로 발생이 불가피한 케이스다”면서 “정부는 인력 확충 차원에서라도 산업별 특수성을 반영해 주52시간 개편 및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부연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