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 사업에 불만"...은행권 "한은 돈안내고 재촉만"

등록 2025.06.24 09:17:27 수정 2025.06.24 09:17:38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이창용 총재 "2단계 비용은 절반이상 부담" 설득에도 여전히 이견

 

【 청년일보 】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추진하는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사업이 실험(테스트)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한은이 상용화 계획 등 장기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비용도 전혀 분담하지 않은 채 시중은행들에 '일단 따라오라'는 식으로 실험 참여를 요구하자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23일 열린 이창용 한은 총재와 18개 회원사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참석 은행들에 참고자료 성격의 '한은 관련 업무 현안 사항' 보고서를 배포했다.

 

보고서에서 은행권은 “현재 진행 중인 1차 테스트에 적극 협조 중이나, 후속 테스트 진행은 한은과 이견이 존재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핵심 불만은 2단계 실험 범위 확대에 따른 현실적 부담이다. 2단계 테스트는 개인 간 송금, 추가 가맹처 발굴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지만, 1단계와 달리 이상거래 감지(FDS)·의심거래보고(STR) 시스템 구축 등 정책 요건을 새로 충족해야 한다. 추가 전산 개발과 사업 예산 집행도 불가피하다.


실제 1단계 실험에 참여한 6개 은행은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 등에 평균 50억원, 최대 6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전체적으로 300억원 안팎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단순 테스트 수준을 넘어선 만큼, 한은과 은행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상용화까지 포함한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강 프로젝트 준비 단계부터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도 많다. 한은은 당초 1단계 실험을 지난해 말 시작한다고 했지만, 일정은 미뤄져 올해 4월에야 시작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이 인프라·비용 부담을 은행에 떠넘기면서도 구체적 방향성이나 지원 계획은 내놓지 않아 준비에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달 초 6개 참여 은행장과 1대1로 만나 2단계 실험을 설득하고, “비용의 절반 이상을 한은이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CBDC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한은의 주도권에 대한 은행권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어, 비은행권의 발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제도화 과정에서 은행·비은행을 가리지 않고 합리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자기자본 5억원 이상 등 요건만 충족하면, 비은행사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한은 주도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각자도생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은행은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 발행 모델을 구상하고, 동시에 블록체인 기업, 코인거래소, 핀테크 업체 등과 협력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