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동구가 시범 운영하고 있는 공공 팝업스토어. [사진=서울시 성동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30/art_17533336991659_9fe260.jpg)
【 청년일보 】 유통업계에 '팝업스토어' 마케팅 열풍이 환경 오염의 또 다른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줄었던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을 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일회성 마케팅의 일종인 팝업스토어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는 신규 상품·브랜드 론칭 등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주로 개최하는 팝업스토어로 상당한 수준에 집객 효과를 일거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앞다퉈 팝업스토어 '명당'으로 불리는 몇몇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성수동 등 인기가 높은 특정 장소는 이미 내년까지 예약이 가득 찬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이처럼 산업군, 대·중소기업 등 기업 형태에 가릴 것 없이 진행되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은 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이후 크게 감소한 소비자 및 기업 간 거래(B2C)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초기에는 단순히 이와 같은 목적으로 확산한 팝업스토어는 이내 '이색적 경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게 됐다.
팝업스토어를 주최하는 업체 측의 브랜드적 정체성이 고스란히 집약된 실내 디자인은 물론, 한정된 시간 내에만 이를 방문할 수 있다는 희소성까지 더해지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전에 찾기 어려웠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팝업스토어는 현재도 이들 소비자가 몰리는 서울시 성수동 일대를 비롯해 대학가 중심에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짧게는 하루, 길게는 수주 내에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팝업스토어는 짧은 시간 내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팝업스토어가 최근 경영계가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특히 팝업스토어의 공간 조성과 철거 과정에서 수많은 사업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시간과 한정된 공간 내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업, 브랜드의 다양한 가치를 선보여야 하는 특수한 목적성을 띠는 만큼, 활용이 간편한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3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천396만톤(t)이었던 사업장배출시설계페기물은 팝업스토어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1년 8천490만t으로 약 14.8% 증가했다.
전체 폐기물 중 사업장배출시설계페기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40.7%에서 2023년 47.3%로 꾸준히 증가했다.
문제는 팝업스토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건축 자재가 철거 이후 재사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팝업스토어를 전문적으로 건설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빠르게 건설하고, 빠르게 철거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설치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는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은 시간, 비용적 측면에서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합판에 원하는 장식물을 스테이플러(고정용 건축 자재)로 꾸미는 형태가 사용되며 이를 철거할 때 평균 2~3t의 폐기물이 나온다"며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제한된 시간 내에 순식간에 구조물을 완성할 수 있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설 폐기물 규모만 생각하면 걱정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팝업스토어의 건설부터 철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팝업스토어 건설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법률상 '사업장 일반폐기물', 즉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로 분류된다"며 "건설폐기물 등 법률로서 지정된 폐기물은 재사용을 위해 엄격히 처리되지만,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주최 측의 자율에 따라 처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팝업스토어가 가장 많이 개최되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최근 팝업스토어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로 곤욕을 겪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사업장폐기물 발생량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성동구는 2020년 일일 약 220t의 폐기물이 발생했지만, 2021년에는 일일 약 335t, 2022년에는 일일 약 518t의 폐기물이 발생하며 관련 수치가 급등했다.
성수동 인근에서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매일 팝업스토어를 짓고, 철거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아무리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재사용도 할 수 없는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이 달갑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나 시차원에서라도 무분별하게 생기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을 어떻게든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코로나19 이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폐기물 수거와 처리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마케팅 확산 이후 총 폐기물이 증가 추이에 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라면서 "팝업스토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대부분 5t 미만 공사장 생활폐기물이며, 재사용할 수 없는 폐목재"라고 언급했다.
이어 "건축 자재로써 재사용은 어렵지만 고형 연료로 이를 재활용하는 등 자원 순환을 위한 구 차원의 노력을 전개하고, 업체들을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ESG 경영 실천을 위해서라도 점진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변한다.
서울 내 위치한 주요 대학의 한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단기간 내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환경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회적이고, 휘발적인 마케팅을 위해 사용되는 건축 자재로 인한 환경적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정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임대료 등 고정비 상승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ESG 경영의 장기적 관점과 마케팅 기대 효과를 고려했을 때, 차라리 고정된 점포를 운영하는 게 더욱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연순환팀장은 "팝업스토어 대부분은 일정 기간만 운영되는 '쇼룸'에 가까워 일회성 인테리어 자재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철거 시 바로 뜯어내 파쇄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최근 재사용 가능한 자재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를 구성하는 방식도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자사를 홍보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어떤 유형의 폐기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어떻게 재사용 및 재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나 자치구가 나서서 명확하게 통계를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팝업스토어에서 활용된 건축 자재와 처리 방식에 대한 심도 깊은 정책 입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