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전경. [자료=한국전력]](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2841974664_6636a8.jpg)
【 청년일보 】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지형도를 뒤흔들었던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핵심 공약인 '감원전'과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과는 궤를 달리하며, 원전의 점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던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더불어 '감원전'과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심층 분석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향과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미래 전략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내세웠던 '감원전(減原電)' 기조는 기존의 '탈원전(脫原電)' 정책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탈원전'이 원자력 발전 자체를 빠르게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감원전'은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되,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은 안전하게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운영하고, 수명 만료 시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이다. 이는 원전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과 경제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핵심은 '속도 조절'이다. 급격한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정 및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는 원전 산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축, '에너지고속도로'
'감원전'과 함께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또 다른 핵심 축은 바로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이다. 이는 서해안, 남해안 등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된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도권으로 효율적으로 송전하기 위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망 구축 사업을 의미한다.
기존의 교류(AC) 기반 전력망은 장거리 송전 시 전력 손실이 크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적인 발전 특성 및 대규모 발전량 수용에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반해, 직류(DC) 방식의 송전은 장거리에서도 전력 손실이 적고,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마치 여러 차선을 가진 고속도로처럼,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위한 전용 송전망을 구축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송전망 확충을 넘어, 대한민국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역별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며, 미래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감원전'과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긴 건설 기간을 요구한다. 정부는 예산 확보, 세제 혜택, 민간 투자 유치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조성 및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대규모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 충분한 의견 수렴,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접속 규정 개선,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여 기업들의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 정책과 산업 진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통합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 기업의 혁신과 선제적 투자
변화하는 에너지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에너지고속도로'의 핵심 기술인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기업들은 기술 개발 투자 확대,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발맞춰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기술 개발 및 투자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와함께 '에너지고속도로'와 연계 전력망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 및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개발 및 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감원전'과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은 대한민국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담대한 비전임에 틀림없다. 비록 전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차이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노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한편, 국내에서 HVDC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는 효성중공업 외에도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이 있다. LS일렉트릭은 'LS-HVDC'를 통해 전력 변환 시스템과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은 HVDC 변압기와 변환기 등을 제조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 HVDC 시장을 선도하며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에너지 시스템 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 수급 문제를 넘어, 미래 경제 성장 동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감원전'과 '에너지고속도로' 구상이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