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시추에 참여한 웨스트 카펠라호 전경. [사진 =석유공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8847681645_97cff0.jpg)
【 청년일보 】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2차 시추(사업명: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차 시추에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정치적, 경제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공사는 해외 투자 유치로 전략을 선회한 가운데, 시추 과정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어민들과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향후 석유공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 2024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제8광구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공표하며 시작됐다. 이후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유망구조가 첫 탐사 시추 위치로 확정됐으며, 동년 12월 20일부터 약 2개월간 시추 작업이 진행됐다.
약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작업은 당초 2025년 상반기 결과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2월 6일 정부는 경제성이 있는 규모의 석유·가스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잠정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비룻한 범야권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후속 시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초기 자원 탐사의 실패 가능성은 매우 크며, 대통령의 성급한 발표가 통상적인 탐사 과정을 '정치적 실패'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측은 한 번의 시추만으로 전체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는 없으며, 1차 시추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향후 다른 유망구조 탐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어민 피해 보상 갈등 장기화, 법적 공백 노출
한편, 시추 작업이 포항의 홍게잡이 성수기와 맞물리면서 인근 어민들의 피해 주장도 이어졌으며 어민들은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홍게 서식지를 교란해 어획량 급감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해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수협 통계에 따르면 시추 작업 시작 후 보름간 홍게 위판 실적이 전년 대비 20톤 감소했으며,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소속 어민들의 예상 손실액은 약 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는 어업인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피해가 확인될 경우 공정한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시추 진동과 소음이 홍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보상을 위한 용역 조사를 제시했으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해저광물 개발 관련 법적 공백 문제가 부각 됐다. 현행 '해저광물자원 개발법'에는 어업권이나 양식업권에 대한 명확한 피해보상 규정이 없어 분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지난 3월 해저광물 개발로 피해를 입은 어업인에게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어업권 및 양식업권을 보상 대상에 포함하는 '해저광물자원 개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항만법' 등 다른 법령에 유사한 보상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법적 형평성을 맞추려는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2차 시추 시동, 해외 투자 유치 입찰 시한 연기
1차 시추 실패 후 후속 시추를 위한 예산 확보가 국회에서 난항을 겪자,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2차 시추는 해외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되며, 시추 지점 또한 해외 투자 기업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3월 말까지 추진될 예정이었던 국제 입찰 공고는 입찰 시한을 2025년 9월 19일까지 연장했다. 이는 일부 해외 메이저 기업들이 자료 열람을 뒤늦게 신청하며 연장을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외 기업들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주시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추 시도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며, 해외 파트너 유치에 성공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석유공사의 원안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이다. 석유공사가 준비중인 2차 시추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국내 여론과 함께 정치적 난관을 극복과 더불어 국제 시장의 신뢰를 얻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이 에너지 업계의 전망이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