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를 계기로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 개선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2957527651_2d67cf.jpg)
【 청년일보 】 미국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300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됐다가 조만간 석방될 전망이다. 일단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기업들은 파장이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묵인되던 출장 및 근무 형태를 전면 차단한 데다, 민감한 관세 협상 국면 속에서 벌어져 한미 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비자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사태 수습 의지를 보였으나, 크게 위축된 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은 기존의 미국 출장 관행을 점검하고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협력사를 포함해 300명 이상이 이번 단속에 적발되자, 고객 미팅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현재 체류 중인 직원들에게도 업무 상황에 따라 즉시 귀국하거나 숙소 대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역시 당분간 필수적이지 않은 미국 출장은 보류하도록 했으며, 미국에 있는 주재원들은 적법한 비자로 근무 중인 만큼 별도 조치 없이 이민법·고용 요건 점검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비자별 업무 가능 범위를 내부 검토하는 동시에 법무법인 자문까지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이 된 1천500억달러 규모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조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대형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기술 협력 및 현지 사업 조율을 위해 주재원 파견과 출장 수요가 불가피한 만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전날 대통령실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 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최대 1만5천개의 한국인 전문인력 취업비자 E-4 신설을 위해 미국 내 입법에 힘써오고도 법안이 10년 넘도록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언제쯤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조선과 배터리, 컴퓨터 등 산업에서 필요한 한국 인력을 미국으로 불러오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이 팽배하다.
기업 관계자는 "애초에 자국 지지층을 위한 무리한 단속을 벌이고는 국내외 비판을 의식해 달래기에 나선 것에 불과해 보인다"고 전했다.
앞으로 미국으로 보낼 인력을 확보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에 구금된 인력들이 향후 미국 입국에 불이익이 없는 자진귀국 형식으로 돌아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