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3230988694_092876.jpg)
【 청년일보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의 독립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증언 요구에 선을 그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정감사의 시작과 마무리 때 인사말을 하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재판 진행 중인 사안을 이유로 증언대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증인 출석 요구에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의 합의 과정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감사를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 헌법 제103조의 사법권 독립, 법원조직법 제65조의 합의 비공개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모든 판결은 공론의 장에서 비판받을 수 있지만, 재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운다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되고 외부 눈치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삼권분립 원칙이 확립된 법치국가에서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세운 예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국회도 과거 대법원장 증인 출석 논란이 있을 때 사법권 독립을 존중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그 권한을 자제해왔다"며 "재판의 독립 보장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실현의 필수 전제"라고 부연했다.
관례상 대법원장은 인사말 후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구해 퇴장해왔지만, 이날 조 대법원장은 자리를 지켰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의원 질의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국감을 지켜봤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해서도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 대해 깊은 책임감과 무거운 마음을 느낀다"며 "앞으로 국회를 비롯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국민에 대한 봉사와 책임을 더욱 충실히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국감에 앞서 서면질의에 충실히 답변했으며, 부족한 부분은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할 것"이라며 "국감 종료 시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회 지적사항을 종합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싼 조 대법원장의 역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한 가운데, 대법원장이 '이석 없이' 현장을 지키며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강조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