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해 들어 5대 대형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이 9개월 만에 8조5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수치료와 비급여 물리치료가 집중된 정형외과가 전체 진료과 중 보험금 지급 규모 1위를 차지하며 실손보험 누수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15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대형 손보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8조4천8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한 수치로,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7.6%)을 크게 웃돈다.
진료과별로는 정형외과가 1조8천906억원으로 전체 지급액의 22.3%를 차지해 29개 진료과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정형외과 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은 70.4%로, 전체 평균(57.1%)을 크게 상회했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가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비급여 비중이 높은 진료과들이 보험금 지급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점도 눈에 띈다. 가정의학과는 4천2억원으로 7위에 올랐으며, 비급여 비율이 71.0%에 달했다. 마취통증의학과(2천732억원)와 재활의학과(2천619억원) 역시 비급여 비율이 각각 68.8%, 66.3%로 높았다.
이비인후과 보험금 지급액은 2천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독감과 감기 치료 과정에서 비급여 주사제 사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뇨의학과는 전립선 결찰술 등 고가 신의료기술 이용이 확대되며 지급액이 2천89억원으로 37.6% 급증했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물리치료와 주사제의 과잉 이용을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보사 실손보험금 12조9천억원 가운데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가 2조2천903억원, 비급여 주사제가 6천525억원으로 전체의 약 23%를 차지했다.
한방병원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올해 3천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늘었다. 한방첩약 급여화와 한방·양방 협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지급 증가로 손해율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7%로,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100%를 크게 웃돌았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비급여 항목을 중증·비중증으로 구분하고, 비중증 비급여에 대한 자기부담률을 최대 50%까지 높이는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도수치료 등 일부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과잉 진료를 억제할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표준 명칭과 코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도 개편과 함께 비급여 진료비 가격 관리와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