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권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자 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가 이례적으로 사측과 같은 입장을 공개 표명하며 과징금 산정 기준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인수위원회(이하 금융노조)는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후문 앞에서 열린 ‘ELS 사태 책임전가 저지 결의대회’에서 “ELS 사태의 책임을 현장 노동자와 금융회사에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도, 금융시장 신뢰 회복도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이 설정한 과징금 기준이 비상식적이고 징벌적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 감독규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고시를 준용하고 있음에도, 실제 적용에서는 ELS 판매로 발생한 수익(수수료)이 아닌 판매액 전체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통상 ELS 수수료가 투자금의 1% 안팎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 산정이 비례성과 합리성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론도 제기됐다.
윤석구 위원장 당선인은 “20년 넘게 운용돼 온 구조화 상품으로 잔액이 18조원에 달할 만큼 광범위하게 판매돼 왔다”며 “지수 급락 이후에야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감독기관의 책임을 외면한 처사”라고 말했다.
과징금이 사실상 이중 제재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은 이미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해 합의율 96%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배상액의 두 배에 가까운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금융산업 안정성을 훼손하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주장이다.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는 현실적인 경영 부담 우려가 제기됐다.
문성찬 SC제일은행 노조지부장은 “과도한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소매금융 철수나 고위험 상품 판매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SC제일은행에 통보된 1000억원 과징금은 3분기 누적 이익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양민호 금융노조 부위원장 당선인은 “노조는 제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바로 세우기 위해 나섰다”며 “수익 중심의 판매 구조와 실적 강요라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과징금 부담을 현장에 전가하는 방식에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해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 이후 처음 적용되는 조 단위 과징금으로, 현재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최종 수위를 확정하는 단계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