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한민국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한 가운데, 가파르게 상승한 에너지 비용이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에너지 빈곤’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단순한 요금 보조 위주의 현행 복지 체계로는 다중적인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주택 성능 개선과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골자로 한 ‘기후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미래연구원은 6일 발간한 '에너지빈곤대응에서 기후복지로: 초고령사회의 에너지복지정책 추진 방향 검토' 브리프를 통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 명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초고령 국면에 들어섰다. 이와 맞물려 2019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인상된 전기요금은 누적 35.9%에 달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전체 가구의 에너지 부담 증가율이 58.7%인 것에 비해, 최저소득층의 부담은 78.3%로 훨씬 가파르게 치솟았다.
특히 노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비지출이 전체 가구의 63.6%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거·광열비가 식료품과 보건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지출 비중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노후 주택 비율도 높다는 점을 들어,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집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소득 대비 과도한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며 빈곤의 늪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 에너지복지제도의 한계도 가감 없이 드러났다. 2007년부터 시행 중인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실물·가상카드로 이원화된 복잡한 방식 탓에 고령층과 농촌 거주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노인과 장애인의 바우처 미사용 비율은 무려 75.6%에 달했다. 또한 월평균 3만 원 수준인 지원액은 실제 에너지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수혜 가구의 약 30%가 여전히 에너지 빈곤을 경험하는 구조적 모순이 확인됐다.
이에 국회미래연구원은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해외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정책 혁신을 제안했다. 영국은 소득뿐 아니라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까지 고려해 빈곤층을 식별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바우처를 에너지 구입과 주택 개보수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강력한 건축물 성능 규제와 지역난방 보급을 통해 선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보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정책 방향으로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명시한 법적 기반 강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에너지 빈곤의 개념을 단순한 경제적 지출을 넘어 ‘주택 성능 미비로 인한 적정 온도 유지 불가’라는 물리적 측면까지 포함해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후적 요금 보조에서 선제적 주택 효율 개선으로의 전환 ▲민간 임대주택 최소 에너지 효율 등급제 도입 ▲소득·주거 데이터 연동을 통한 ‘자동 발굴·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구체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채정 부연구위원은 “현재 에너지 복지 전달체계가 기후에너지환경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으로 분산되어 효율이 떨어진다”며, “관계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소득, 건강, 주거 정보를 연계한 통합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시혜성 지원이 아닌 기후복지 차원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