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멈춰 묻는 질문'에서 시작한 성찰…'이게 화낼 일인가?' 출간

등록 2026.01.06 10:44:43 수정 2026.01.06 10:44:43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화는 정말 내 잘못일까"…분노의 시대에 던지는 '차분한 질문'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뇌과학·철학으로 확장한 '화의 지도'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방법으로 감정을 길들일 수 있다" 제언

 

【 청년일보 】 "이게 정말 화낼 일인가."

 

신간 '이게 화낼 일인가'는 누구나 일상에서 수없이 경험하지만, 좀처럼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감정 '분노'에 이 단순한 질문을 던지며 출발한다. 화를 참으라고 훈계하지도, 감정을 억누르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저자는 분노가 치솟는 바로 그 순간, 한 박자 멈춰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 느끼는 이 화는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정말 나의 선택이었는지를 묻자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분노를 개인의 성격 문제나 인내심 부족으로 환원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분노를 활용해온 진화적 맥락부터, 뇌 속 신경 전달 물질과 호르몬의 작용,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규범, 나아가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적 분노의 증폭 구조까지 폭넓게 짚는다. 화는 의지의 실패라기보다, 반복적으로 학습되고 강화된 반응일 수 있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분노를 '중독'의 관점에서 해석한 부분이다. 분노를 표출했을 때 느끼는 일시적인 해소감이 뇌 보상 체계를 자극하고, 이 경험이 반복되며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화가 단순한 순간 감정이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굳어지는 하나의 행동 패턴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책은 가족 관계, 직장 내 갈등, 온라인 댓글 공간 등 현대인이 분노를 가장 자주 경험하는 장면들도 다룬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을 나열하거나 감정적 공감을 앞세우기보다는, 왜 특정 환경에서 분노가 유독 쉽게 증폭되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개인의 문제로 보였던 화가 사실은 사회적 맥락과 생활 조건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분노를 줄이기 위한 해법 역시 즉각적인 감정 통제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수면 부족, 운동 결핍, 불규칙한 생활 리듬이 분노 반응을 어떻게 키우는지를 설명하며, 호흡과 생활 습관, 사고 방식의 전환 같은 근본적인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결국 삶의 구조를 조정하는 문제라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학술적 근거를 충실히 제시하면서도 과도한 전문용어를 경계한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대입해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최대한 풀어 쓰고, 설명의 밀도를 조절했다. 저자는 분노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는 무시하거나 억압할 대상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화가 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듣는 일이라는 것이다.

 

출판사 예미 관계자는 "이 책은 분노를 도덕적 잣대로 재단하지 않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주제로 끌어올린다"며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질문을 남겨두는 태도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평가했다.

 

분노가 일상이 된 시대다. 뉴스와 SNS, 댓글 공간 어디를 가도 화는 넘쳐난다. '이게 화낼 일인가'는 그 한가운데서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묻는다. 지금의 분노는 정말 나의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쉽게 길들여진 반응은 아닌지를. 화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억누르는 데서가 아니라, 더 잘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한편, 저자 박기수는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던 중 정부 부대변인직 제안을 수락하며 공직에 발을 들였다. 2~3년만 머물 계획이었지만 10년 넘게 재직하며 언론학 박사에 이어 보건학 박사 학위를 추가로 취득했다. 2019년 말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메르스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기자·공무원·교수로 30년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삶과 감정에 대한 성찰을 전한다. 전작으로 '끌리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가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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