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서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을 거둬들여야 할 롯데지주가 이곳 저곳에서 빚을 내 자회사들의 리스크를 방어하는 '구원투수' 역할에 급급한 모습이다. 자회사 경영 리스크 방어에 급급하다보니 정작 본업 강화에는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1천760억원으로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자회사 이익 중 외부 주주 몫을 제외하고 지주사가 실질적으로 떠안은 지배기업 소유주 순손실은 2천838억원에 달했다.
특히 연결 실적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배당을 유지하면서 현금배당성향은 2024년 –8.4%, 2023년에는 –698.9%를 기록했다. 손실을 내는 상황에서도 주주환원에 자금을 소모하는 모양새다.
부족한 현금은 고금리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영구채)'으로 메우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말 총 2천75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결정했다. 금리는 5.3~5.6% 수준이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어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매년 150억 원에 가까운 이자 비용을 지불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다. 롯데지주는 조달 자금 중 2천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명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신사업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나 롯데케미칼 등 업황 부진에 빠진 주력 자회사의 재무 지원을 위한 자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해 6월 자사주의 5.0%인 524만5천461주를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1천448억원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지주사가 직접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할 여력이 없자, 현금 여력을 갖춘 계열사를 동원해 지주사의 지분을 방어하게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아영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주요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력 확대 및 재무적 지원 등으로 계열사 지분 취득이 이어지고 있으며, 연간 배당금 지급 규모도 잉여현금창출 능력을 상회하고 있어 외부차입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의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규모, 금융비용 및 배당 규모와 계열사 추가 지원 가능성 등 감안 시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현금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롯데지주는 지난해 1~9월 벌어들인 브랜드 로열티 934억원과 배당수익 1천167억원으로는 계열사 지원과 이자비용 지급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회사들이 흔들릴 때마다 지주사가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계열사의 리스크가 지주사의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으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계열사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국내외 설비투자 확대와 신사업 관련 지분투자 등으로 자금 부족이 심화되면서 그룹 합산 순차입규모도 확대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20년 19조원 내외의 계열 합산 순차입금은 2025년 9월 말 30조원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며 "진행 중인 신사업 투자 및 경상적인 자금 유출 규모 등 감안 시 확대된 재무부담 완화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롯데계열 지주사로서의 매우 높은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자금 조달을 통해 상환 부담에 원활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회사가 보유한 종속·관계기업 지분가치, 안정적 수익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의 단기유동성 위험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지주의 계열사들이 성장 전환 및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영업환경은 녹록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으로 영업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내수 중심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백화점 업황 호조와 해외사업부 확장에 따른 식품(칠성, 제과) 사업부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케미칼을 비롯해 바이오, 세븐일레븐, GRS 등 그동안 부진했던 사업부 정상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