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게임업계의 허리 역할을 해온 중소 개발사들이 얼어붙은 투자 환경과 격화되는 시장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신작의 초기 흥행 부진이 곧장 구조조정과 서비스 종료, 나아가 퍼블리셔와의 법적 공방으로 번지는 이른바 '퍼블리싱 리스크'가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갈등의 중심에는 먼저, 웹젠과 개발사 하운드13이 있다. 양측은 오픈월드 액션 RPG '드래곤소드'의 미니멈 개런티(MG·최소지급금) 잔금 지급과 추가 투자 조건을 두고 이례적인 공개 공방을 벌였다.
웹젠은 지분 투자와 함께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하고 개발비를 지원했으나, 출시 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잔금 지급 이후에도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인 반면 하운드13은 계약 구조상 MG 잔금이 자금 운용의 전제였으며, 이의 미지급이 경영 악화와 서비스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웹젠은 결제 중단과 전액 환불 방침을 발표했고, 개발사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유사한 사례는 도처에서 확인된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가디스오더'는 개발사 픽셀트라이브의 자금난과 파산으로 출시 약 40일 만에 업데이트가 중단됐고, 결국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초기 흥행 지표가 빠르게 꺾이자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구조가 한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조이시티의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역시 출시 1년여 만에 제작 인력 30%가량이 권고사직 형태로, 클로버게임즈는 신작 '헤븐헬즈' 출시 직후 곧바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례의 공통분모는 '외부 퍼블리싱 기반 성장 모델'의 취약성이라는 평가다. 대형 퍼블리셔는 개발사에 투자하거나 MG를 지급해 판권을 확보하고, 개발사는 이를 기반으로 제작과 운영을 이어가는 구조다. 그러나 개발 지연이나 초기 매출 부진이 발생할 경우, 투자금 회수 압박과 추가 자금 조달 실패가 동시에 현실화된다. 손실이 양측에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퍼블리셔는 빠른 손절을, 개발사는 계약 해지를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퍼블리셔들이 개발비를 마일스톤(단계별 성과) 기준으로 나눠 지급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리스크를 세분화해 관리하겠다는 취지지만,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자금이 제때 들어올지 불확실해지면서 퍼블리셔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조건에 따라서는 경영 판단이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어,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시기 급증했던 게임 스타트업 투자금은 이미 상당 부분 메마른 상태다. 여기에 중국·일본 대형사의 대작 출시가 이어지며 마케팅 비용과 이용자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흥행 실패 시 재도전 기회를 마련할 '완충 자본'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에겐 구조적 불리함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산업 전반의 무게추는 자체 지식재산권(IP)과 내부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 쪽으로 기울고 있다. 외부 프로젝트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투자 회수 리스크와 평판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되는 반면, 자사 IP 중심으로 장기 서비스를 이어가는 기업은 비교적 안정적 매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선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계약의 투명성 강화와 위험 분담 구조의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 성과에 기반한 '흥행 베팅' 모델이 지속될 경우, 서비스 중단과 환불, 인력 구조조정이 상시화되어 국내 게임 산업의 다양성과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