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를 이끄는 이석연 위원장이 신간 '소신(所信)'을 펴냈다. 부제는 '이석연이 걸어온 삶의 풍광'이다. 이 책은 격변의 정치 현장에서 헌법을 기준 삼아 판단해 온 그의 궤적을 정리한 책으로, 오늘의 한국 사회에 필요한 '헌법적 사고'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지난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과 이후 해제 과정에서 체감한 위기의 순간을 언급한다. 민주주의 제도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시민의 각성과 헌법 질서가 국가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임을 강조한다. 혼란의 시기일수록 감정과 진영 논리가 아닌 헌법 원리에 근거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책은 총 5개 부로 구성됐다. 1부 '파도 너머를 바라보며'에는 실크로드와 코카서스, 카스피해 등지를 찾은 여정이 담겼다. 단순한 기행문을 넘어 문명과 인간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저자는 사유의 본질을 '논쟁이 아닌 이해의 노력'으로 규정하며, 타자를 해석하는 태도가 곧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2부 '시대와 맞선 항해'는 그가 참여하거나 이끌었던 주요 헌법 쟁점을 다룬다. 군 가산점 위헌 결정, 신행정수도 특별법 헌법소원, 쇠고기 고시 논란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는 보수·진보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헌법을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힌다. 스스로를 '헌법적 자유주의자'로 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부 '귀거래사의 언덕'에는 공직자의 자리에서 한 발 물러난 이후의 사색과 인간적 고백이 담겼다. 강단에서의 강의 경험, 출판계와의 인연, 가족에게 보내는 글 등을 통해 공적 인물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의 고민을 풀어낸다.
4부 '헌법의 나침반을 붙들다'는 이번 저작의 핵심으로 꼽힌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짚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진단한다. 권력의 속성은 유혹적이지만, 헌법은 그 유혹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마지막 5부 '나의 20대'에서는 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를 거쳐 사찰에서 독서에 몰두했던 젊은 시절을 돌아본다. 수백 권의 책을 탐독하며 사유의 토대를 다졌던 경험은 오늘날 그를 형성한 자산이 됐다. 청년 세대에게는 두려움 없이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책에서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문장을 여러 차례 인용한다. 말하지 않아도 길은 자연스레 생긴다는 뜻이다. 이는 화려한 수사 대신 태도와 일관성으로 자신의 길을 증명하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힌다.
'소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 있는 지점을 되묻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좌표를 헌법이라는 기준 위에서 모색한다. 진영의 언어가 아닌 원칙의 언어로 공론장을 복원할 수 있을지, 그의 문제 제기는 독자에게 숙고의 시간을 요구한다.
한편, '소신'의 저자 이석연 위원장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졸업 6개월 후 대학입학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곧 금산사에 들어가 2년간 5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했으며 법제처와 헌법재판소에서 20여 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육군 정훈장교로 3년간 전후방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 때 2년 6개월간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2025년 9월부터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부총리급)을 맡고 있다.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냈으며 변호사로서 공익소송의 활성화에 힘써 이른바 수도이전법 등 30여 건의 위헌결정을 받아냈다. 대표적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경실련 사무총장 시절 한국시민운동을 주도했다.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 Visiting scholar(1년 7개월)로 있었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 독일특사 단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석좌교수를 겸하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광(chain-reader)으로 광범위한 지식을 배경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다. 저서로는 '책이라는 밥', '사마천 사기 산책', '페어플레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 '판단력 수업',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공저), '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헌법은 상식이다', '헌법소송의 이론과 실제' 등 20여 권이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