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국민 청원과 관련,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내년 실태조사가 실시되면 8년만에 임신중절 실태조사가 재개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도입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의견이 23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30일 이내에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 청와대가 직접 입장과 대책을 밝힌다는 '국민청원' 제도에 따른 조치다.
조국 민정수석은 26일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제는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 이런 식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며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율에 대해 정확히 파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답변에 따라 내년 실태조사가 실시되면 임신중절 실태조사가 중단된 2010년 이후 8년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2010년 조사 기준으로 한 해 낙태는 16만9000여건으로 추산됐다.
조 수석은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는 현행법을 언급하며,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임신중절을 처벌했다. 시술을 받은 여성과 이를 시술한 의사가 처벌 대상이다. 모자보건법 개정 이후, 일부 예외적 조건에 한해 임신중절을 허용한다. 강간 또는 준강간 때문에 임신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 수석은 끝으로 "임신중절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가 홈페이지 청원에 공식 답변을 내놓은 건 지난 9월 25일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분을 받지 않게 돼 있는 현행 '소년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청원은 2020년 형기를 마치는 '조두순 출소 반대'와 '권역외상센터 지원 방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