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단상(斷想)] 홍동백서의 최면(催眠)...MZ의 체면(體面)과 설 차롓상

등록 2023.01.23 12:19:06 수정 2023.01.23 12:37:58
전화수 기자 aimhigh21c@youthdaily.co.kr

 

【 청년일보 】미국의 사회학자인 Goffman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각과 관련해 생성되는 일종의 자아에 대한 이미지로 체면 민감성을 설명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내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인식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같이 정의 되는 체면 민감성을 변수로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많다. 대표적으로 Wong 등은 중국인의 경우 체면 민감성이 과시적 소비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학문적인 접근법에 따르자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인 분석을 적용한다면 유교문화의 영향에 따른 자아의 형성과 이에 따른 체면 의식의 형성은 장기간에 걸쳐 사회 집단과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쳐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교문화에 자리잡고 있는 체면 의식은 제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다수의 연구들은 한국 사회에서 유교 문화는 상하 질서를 강조하는 인간관계의 윤리적 프레임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연령과 지위에 따른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따른 위계의 존재가 당연시 되어왔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인의 경우 특히 갈등의 상황에서 상황과 무관한 나이를 먼저 묻는 습관도 이같은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교문화의 덕목은 개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준수해야할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며 사회적 질서와 조화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때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전통적인 방식에 맞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른바 전통이라는 제도적 차원의 접근을 하지 않더라도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등의 용어가 때로 낯설지 않게 우리 의식을 좌우해왔다는 뜻이다.

 

옳다 그르다를 생각하기에 앞서 '선대에는, 조상들은'을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전통의 또 다른 의미는 해악을 부르지 않는 일종의 '사회적 최면'이다.

 

지난해 추석 무렵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차례상에 전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명쾌한 답변으로 경종 아닌 경종을 울렸다.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는 어떤 예서(禮書)에도 나오지 않는다고도 언급됐다. 

 

이같은 주장의 근저에는 차례 등과 같은 형식의 유래에 있어 잊혀진 가치나 전통으로 이어진 차롓상 차리기라는 형식의 맥락이 무엇인지 등을 먼저 살펴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로 대변되는 현대 한국사회는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사회문화도 빠르고 다양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awrence가 고도의 불확실성에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대응과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VUCA'라고 표현한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다양한 변화, 그 중심에는 이른바 MZ 세대들이 포진하고 있다. 

 

조직 이론의 경구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의 현실에도 적합해 보이는 Scott의 "조직의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혁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조직구성원의 의지와 행동"이란 말처럼 변혁의 기로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의 향방이 이들에게 달려있다. 변화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비대면의 일상화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 지금, 전통이라는 이름의 설 문화와 이를 대표하는 설 차롓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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