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규제체제 '흔들'...당국 실패론 '솔솔'

등록 2023.03.18 09:13:44 수정 2023.03.18 09:13:55
전화수 기자 aimhigh21c@youthdaily.co.kr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규제 완화 도마

 

【 청년일보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사태와 관련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은행 위험관리와 관련 당국의 규제체제와 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해 금융 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관련 미국의 정치권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규제 당국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SVB가 최소 수개월 전부터 위기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준의 책임이 큰 상황에서 독립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SVB의 감독과 규제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해 5월 1일까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SVB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인가를 받았고 연준 시스템에 속해 있어 캘리포니아주와 연방 당국 양쪽의 감독 대상이기 때문이다.

 

WP는 규제당국이 얼마든지 SVB의 재정 상태를 평가하고 은행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준의 책임이 큰 상황에서 독립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와 키어스틴 시너마(무소속·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주도로 여야 의원들은 개별 투자자들도 파악한 SVB의 위기 징후를 연준이 놓쳤다는 사실과 관련 연준의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이 SVB에 대한 심사팀을 구성해 이 은행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경고했지만, 너무 늦었다고 보도했다.

 

SVB는 자산 규모가 2017년 말 510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천200억 달러로 4배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SVB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매체는 그레그 베커 SVB CEO가 2018년 SVB 급성장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스트레스 테스트 완화법 통과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전했다.

 

또 베커 CEO가 2019년부터 SVB가 폐쇄될 때까지 9명으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이사회 멤버였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지역 은행 감시 기관으로 SVB도 그 대상이었다.

 

◆규제체제 제대로 갖추기 위해 규제당국 들여다볼 필요

 

SVB와 시그니처은행 사태와 관련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진 규제 완화에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정권에서 미국 내 금융규제의 상징으로 불리운 '도드-프랭크법'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SVB와 시그니처뱅크의 관리직 상당수가 관료 출신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은 금융기관들에 중앙은행인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가상의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재무 건전성 확보 유무가 테스트의 골자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공화당 주도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금융기관의 기준을 기존의 자산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 법안이 통과됐다. 

 

파산한 SVB(자산 2090억 달러)와 시그니처은행(자산 1104억 달러)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SVB의 자산 규모는 2017년 말 512억달러로,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더 엄격한 감독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SVB 사태와 관련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책임론을 직접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세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금융 규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완화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은행 파산의 악순환 방지를 위해 의회와 금융 당국에 규제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니얼 터룰로 하버드법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자금 조달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은행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한 은행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은 관리당국의 실패이기도 하다"라고 언급해 금융당국의 책임을 꼬집었다. 그는 2009∼2017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활동했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전날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SVB와 시그니처은행 사태와 관련한 규제당국의 역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이 두 은행의 붕괴를 초래한 문제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은행들이 위험을 관리하도록 규제체제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 규제당국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WP는 SVB 파산 주된 원인이 규제 완화 때문인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짚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값 하락이 SVB가 겪은 주요 어려움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