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융불안 속 베이비스텝...한미간 금리차 역대 최대

등록 2023.03.23 08:56:22 수정 2023.03.23 08:56:35
이나라 기자 nrlee@youthdaily.co.kr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 1.5%p까지 벌어져...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 기록
연준 '지속적 인상' 대신 '추가 정책 강화' 표현...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일축
한은, 자본유출 우려로 금리 인상 압박 커질 듯...4월 한은 금통위 결정 주목

 

【 청년일보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인상했다.

 

당초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밟은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은행 파산사태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베이비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가 올라가면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경제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으며 견조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면서 결정 이유를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 40년 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목표로 공격적으로 금리인상 조치를 연이어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파격적인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으며, 이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인상 폭을 지난해 12월 0.5%포인트, 올 2월 0.25%포인트로 줄이면서 속도 조절을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느려지고 고용 호조 등의 지표가 나오면서 한때 연준이 이번에도 다시 인상 폭을 높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8일 의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 요인 중 하나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거론되면서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 내지는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날 베이비스텝은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안정이란 두 목표를 절충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도 0.25%포인트 인상 전망이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면서 "최근 상황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여건이 더 엄격해지고 경제 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더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영향의 범위는 불확실하다"면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금융 불안 상황은 연준의 향후 금리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1%였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며, 당초 시장 전망보다는 낮은 값이다.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는 4.3%, 2025년 말에는 3.1%로 각각 전망됐다.

 

점도표상 개별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현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를 고려할 때 한차례 정도 더 0.25% 포인트를 인상하면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행보가 막바지에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연준도 성명에서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policy firming)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회의 성명에서는 이 대목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연준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면서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이런 기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경제전망요약(SEP) 자료에서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전망(3.1%)보다 다소 올라간 것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은 SVB 파산 사태 등에 따른 상황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현재 금융 안정성 문제와 관련,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빠르다"면서 "은행들의 유동성 흐름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연준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4%로 직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도 작년 12월 4.6%에서 이번에는 4.5%로 하향됐다.

 

한편 미국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2000년 5~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따라서 자본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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