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의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전시 내부.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271405_888575.jpg)
【 청년일보 】 “제품 말고, 예술품을 만들라”
1975년, 한 기업의 창업주는 이렇게 말했다. 그 한마디는 반세기 뒤 잠실 한복판에서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의 ‘국민 초콜릿’이 이제는 미술관 벽에 걸렸다.
롯데웰푸드의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전시는 가나 초콜릿 50주년을 기념해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6월 29일까지 열린다.
단순한 브랜드 전시가 아니다. 한 세대를 관통한 감정과 기억, 그리고 '맛의 역사'를 담아냈다.
![롯데웰푸드의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내부 초콜릿 제작 방법.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188445_465377.gif)
◆ “초콜릿은 그냥 먹는 게 아니더라고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달달한 향이 반긴다.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공간을 채우는,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이끄는 전시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처음 초콜릿을 먹었을 때를 기억하나요?”
그 질문에 나도 모르게 나만의 첫 초콜릿을 떠올렸다. 어릴적 가족끼리 마트에 갔다가 처음으로 먹어봤던 순간이 떠올랐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간식이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수줍은 고백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롯데웰푸드의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전시에서 관객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322708_9451ac.jpg)
가나 초콜릿은 1975년 ‘예술품을 만들어달라’는 고(故)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주문으로 시작됐다.
이후 부드러운 감촉을 위해 ‘마이크로 그라인딩’, 진한 풍미를 위해 ‘BTC 공법’을 도입했고, 그 맛은 반세기 동안 이어졌다.
한마디로 가나 초콜릿의 50년은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느냐의 기록이었다.
![김미영 작가 작품.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309867_cd06eb.jpg)
이 부드러움은 현대미술의 언어로도 표현된다. 김미영 작가는 초콜릿의 질감을 웻온웻 기법과 두꺼운 마티에르로 표현했다. 두껍게 덧칠된 붓자국을 보는 것만으로도 초콜릿의 질감이 느껴지는 듯 했다.
◆ 픽셀, 숯, 그리고 도도새까지…가나를 말하는 법
전시에는 본격적으로 ‘가나 초콜릿을 예술로 말하는 법’이 펼쳐진다. 먼저 마주하는 건 그라플렉스의 섹션이다.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 ‘볼드’는 얼굴이 없다.
보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초콜릿을 선물하고, 나누며, 웃고 떠드는 그 수많은 순간들이 프레임 안에 픽셀처럼 박혀 있다는 설명이다.
![그라플렉스 작가 전시.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301376_483a8e.jpg)
반면, 일본 작가 코인 파킹 딜리버리는 더 은유적으로 느껴졌다. 푸른 가면의 캐릭터 ‘시라이상’이 핸드폰을 든 채 초콜릿을 바라보는 장면은, 디지털 시대의 단절된 관계를 은유하면서도 ‘초콜릿은 함께 나눌 때 더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이어 다음으로는 도도새가 등장한다. 김선우 작가는 멸종한 도도새를 되살려, 정글을 탐험하며 황금 카카오를 찾는 ‘가나의 분신’으로 그려냈다.
앙리 루소의 명작 '꿈'과 '서프라이즈'를 오마주한 이 장면은 마치 초콜릿의 여정을 따라가는 탐험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도도새는 날 수 없지만, 풍선을 타고라도 날겠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김선우 작가의 작품.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291999_87bc51.jpg)
설치 미술가인 박선기 작가는 숯과 투명 실을 활용해 조용한 여운을 남겼다. 하늘에 떠 있는 조형물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 흩어지기도 하고 하나로 보이기도 했다.
이는 초콜릿을 쪼개며 나누는 과정에서 생기는 구조를 은근히 닮아 있었다. 형태 없이 흩어지는 숯 조각들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가나 초콜릿이 50년 동안 지켜온 가치가 얼마나 단단한지 더 잘 느껴졌다.
![박선기 작가의 작품.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26793_8bc4f3.gif)
이어 ‘가나 라운지’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초콜릿을 전시한 공간이 아니라, 그 시절 우리가 먹었던 초콜릿을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들로 채워져 있었다.
원미경, 채시라, 전지현, 아이유까지 시대별 광고 모델들과 함께 한 ‘국민 초콜릿’의 역사가 한눈에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 공간에 적힌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
“우리가 먹은 건 초콜릿이 아니라 순간이었다”
![롯데웰푸드의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광고 모델들.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8/art_17460009215877_fb59a3.gif)
그 한 조각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어떤 날의 감정이었고, 기억이었고, 온기였다. 누군가에게는 위로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보상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 지금의 나와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나 초콜릿은 이제 50년의 시간을 넘어, ‘착한 카카오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지속가능한 초콜릿의 길을 준비 중이다.
이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향한 약속까지 함께 담고 있다.
이제 가나는 기억의 맛을 넘어 미래의 가치를 준비하고 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