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일방적 개정”…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반발 속 ‘위법 논란' 가중

등록 2025.05.30 08:30:37 수정 2025.05.30 10:07:47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3진 아웃제·겸업금지 조항 신설…노조 '근로기준법 위반' 진정서 제출"
"근로자 과반 동의 없이 규정 개정…법조계 '근로기준법 명백히 위반'"

 

【 청년일보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근로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개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과 함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으며,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지난 27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 2건을 제출했다. 노조는 해당 진정서를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정 명령 및 행정조치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제출된 진정서는 ▲'정보보호 규정 불이익 변경 및 징계 조항 신설 관련 진정’ ▲‘비밀유지계약서 부당 변경 및 강제 서명 요구 관련 진정’ 등으로, 사측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관련 규정을 변경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기준법 위반…근로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사내 정보보호 규정 및 지침을 개정했으며, 개정안에는 기존에 없던 내용이 신설됐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 사전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조항은 ‘정보보호 규정 위반 3회 누적 시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최대 해고까지 가능하다’는 이른바 ‘3진 아웃제’ 도입이다. 노조는 이 조항이 기존보다 징계 수위를 현저히 강화한 것으로, 근로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지 않은 비밀유지계약서와 관련해 사측이 전 직원에게 일괄 서명을 요구하고, 미작성자에게는 시스템 접근 제한 등의 불이익을 실제로 부과하는 등 부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할 때, 사측의 조치에는 명백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본지가 입수한 변경된 비밀유지계약서에는 기존에 없던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계 경쟁사 취업 금지' 조항이 새롭게 포함돼 있다. 특히 특정 경쟁사를 명시하며 퇴직 이후 이직을 제한하는 내용과 함께, 사내 이메일 및 PC 사용 내역에 대한 모니터링 동의 조항 등 근로자에게 불리하고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다수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이번 개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전체 근로자 과반수의 사전 동의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측이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 노동조합을 비롯한 근로자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사전에 어떤 설명이나 협의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변경된 규정의 적용을 통보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과도한 징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94조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비밀유지계약서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의 정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직원들에게 별다른 인센티브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포괄적인 경업금지 조항을 전 직원에게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사측의 '시간 끌기' 대응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정보보호 규정과 지침이 사실상 취업규칙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사측은 외부 로펌에 판단을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진행 상황도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사측이 검토 후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두 차례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현재 사측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측이 아직 답변을 주지 못하는 이유로 '취업규칙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지만, 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실제로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정서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착수하게 되면, 근로기준법 위반은 형사 고소가 가능한 사안인 만큼 사업주에 대한 형사 고소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법률 전문가도 근로기준법 위반 가능성 지적…삼성바이오로직스 “사실 여부 확인중”

 

법률 전문가들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취업규칙 개정이 노조의 주장처럼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퇴직 후 2년간 경쟁 업체 취업을 금지하고 특정 회사를 명시한 비밀유지계약서 조항에 대해 “사측은 일반적인 보안 서약서와 유사한 취지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해당 조항은 직원들에게 훨씬 강화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강화된 의무를 거부하는 경우 해고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근로자에게 취업규칙이 불이익한 방향으로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형식·명칭과 상관없이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규율이나 근로 조건을 정한 것을 다 ‘취업규칙’으로 본다”고 덧붙이며, “취업규칙 변경 시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고,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도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한해서는 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조의 위원장 동의를 받거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실제 재직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개인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경우 무조건 거쳐야 하는 사항이며, 특히 비밀유지계약서 등도 개별적으로 받는다면 문제가 없지만, 취업규칙에 명시된다면 무조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취업규칙 산하 문건도 취업규칙 내용과 연결된 규정이라면 취업규칙으로 간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현재 상황과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면서 “따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