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GLP-1, 의료계를 뒤흔들다…비만·당뇨 넘어 ‘만병통치약’ 부상 주목

등록 2025.06.04 08:00:03 수정 2025.06.04 08:00:09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이철진 대한비만연구의사회 회장 “GLP-1, 심장·신장은 물론 중독 질환까지 효과”
“주사제 이상의 경구제 또는 패치에 주목…한국, 제형 전략으로 승부해야” 조언
“GLP-1, 의료·산업 지형 흔들 잠재력 커…정부 R&D 지원과 보험 적용 논의 시급”

 

【 청년일보 】 최근 의학계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비만치료제의 대표적인 성분이라 할 수 있는 ‘GLP-1’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GLP-1가 기존 비만 및 당뇨 치료 외에도 다른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GLP-1은 ‘Glucagon-Like Peptide-1’의 약칭으로, 음식 섭취 후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말한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 상승을 막고,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청년일보는 이철진 대한비만연구의사회 회장에게서 ‘GLP-1’이 비만 치료를 넘어 어떠한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는지 'GLP-1의 가능성' 대해 들어봤다.

 

◆ 비만·당뇨치료제 성분 ‘GLP-1’…만병통치약 가능성에 의학자 ‘주목’

 

이철진 회장은 지난해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서 GLP-1 계열 약물이 ‘만병통치약’이라는 화두로 소개될 만큼, 비만과 당뇨병 외에도 다양한 질환들에 까지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먼저 심장질환과 신장(콩팥)질환 환자가 시술·수술 및 이식이 필요한 단계로 넘어가는 확률을 줄여주었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또 코골이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와 암 발생을 줄였다는 등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에서 양호한 실적이 발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ELECT 임상이나 STEP HFpEF 임상 결과에 따르면, GLP-1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심혈관질환 사망률 및 모든 사망 가능성이 낮아졌으며, 심부전 환자군의 입원 및 질환 악화 가능성이 낮아져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FLOW 임상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GLP-1을 사용한 결과 콩팥질환 관련 사망률이 낮아졌으며, 입원일이 줄었다. 이처럼 GLP-1은 비만과 당뇨 질환을 뛰어 넘어, 만성 심장질환 및 신장(콩팥)질환 환자들에게까지 시술과 수술 그리고 이식이 필요한 단계로 넘어가는 확률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표된 JAMA 저널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군에서 GLP-1을 사용한 쪽은 10가지 종류의 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켰으며, 수면무호흡증(코골이병)군에서는 FDA 허가를 받은 임상 결과를 보여주는 등 다양한 질환에서 양호한 실적이 발표되고 있다.

 

도박을 비롯해 ▲마약 ▲알코올 ▲게임 등 다양한 중독 질환자를 대상으로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결과도 긍정적이다. 중독 증상이 개선된 데이터가 발표된 것이다. 

재생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세포도 GLP-1을 통해 ‘마일린’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과 관련 기전을 소개하는 논문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Cell’과 ‘Nature’에 게재됐다.

 

심지어 GLP-1은 비만을 비롯해 노화, 스트레스 등으로 느슨해진 혈액뇌장벽(BBB)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으며, 염증세포나 독소가 뇌로 침투하지 못하게끔 방어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질환을 개선하는 것으로나타났다. 이처럼  GLP-1은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살 빼는 약’의 성분 정도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전 세계적으로 의학자들은 GLP-1의 다양한 질병 치료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GLP-1 시장이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GLP-1이 ▲심장질환 ▲신장질환 ▲지방간 등에서 메인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동반 질환까지 포함해 GLP-1 관련 시장이 600조원 규모로 떠오를 수도 있다”면서 GLP-1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GLP-1 제제, 사회 환경·문화 변혁 가능성↑…“정부의 R&D 지원과 업계의 차별화 전략 필요”

 

이철진 회장은 GLP-1 제제가 앞으로 우리들의 사회문화에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 사례로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나오자 미국에서는 기존에 기성복을 입지 못했던 사람들이 체중이 줄어듦에 따라 기성복 매출이 증가한 사례와, 신장질환 관련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자 투석기기와 같은 신장질환 관련 산업군들이 폭락한 사례를 제시했다.

 

또 드럭스토어(약국 등)에서 GLP-1의 효능을 도와주거나 부작용을 예방·개선하는 영양제 중심으로 구성·판매량이 변화한 사례, GLP-1의 부작용으로 위장 장애 환자가 늘어 질병 분포가 바뀐 사례 등도 소개하며, 사회 환경·문화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진 회장은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GLP-1이 모든 질환에서 효과를 보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게 된다면 관련 의료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 빅파마 중 GLP-1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R&D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이 늦은 기업들은 수십 조를 들여서 다른 회사의 기술이나 약물을 라이선스(사용 허가)를 획득해 GLP-1 경쟁에서 앞선 기업을 추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처럼 GLP-1 제제가 커다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 우리나라도 GLP-1 관련 연구개발을 잘 진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및 지원이 필요하다"며 "GLP-1 제제 사용 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 및 산업과 관련해서는 GLP-1 제제 개발 시 기존에 제시된 질환·주사제 형태가 아닌 다른 질환·제형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철진 회장은 “환자들이 주사제보다는 알약(경구제)이나 패치를 선호하고 있고, 주사제 말고는 대안이 없다면 월 1회 접종할 수 있는 장기형 주사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제네릭(복제약)이나 제형 변경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봐도 우수한 회사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거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다른 질환을 목표로 하는 GLP-1 제제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