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20939/shp_1664520039.jpg)
【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제5호 발행어음 인가를 예고하면서 증권사들이 잇따라 신청에 나섰다. 내년부터 단기금융업 인가 요건이 강화되면서, 증권사들은 이번 접수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총력전에 돌입한 분위기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이번주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다. 앞서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도 발행어음 인가 신청에 나섰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이번주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인가는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신청할 수 있으며, 신규 사업자 여부는 약 2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기업 대출과 채권, 부동산금융 등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다.
이번에 신청한 증권사들은 오랜 기간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해 왔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 6조원에 육박하는 하나증권은 앞서 2023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신청서를 제출했던 만큼 인가 시 업무 수행을 위한 제도, 시스템, 인력 등 준비가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7월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지만,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대주주 리스크' 문제가 불거지고 이듬해 초유의 '유령 주식 배당사고' 사태까지 터지면서 중단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 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발행어음 사업 관련 준비에 착수했다.
키움증권도 지난 2022년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발행어음 사업을 계획했다. 하지만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 주가조작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가 발생해 사업 계획이 무산됐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 투자운용부문 산하 종합금융팀을 다시 신설하고, 발행어음 사업 개시에 대비해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부동산 금융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 차원에서 발행어음 인가를 통한 신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 정체 속에서 구조적 전환을 모색하는 일환으로 인가 신청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증권사들이 동시에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진행하는 배경에는 내년부터 인가 요건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요건을 정비하며, 발행어음(자기자본 4조원 이상)과 IMA(일임형 자산관리계좌,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사업에 대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앞으로는 자기자본 요건을 2년 연속 충족해야 하며, 사업계획 타당성과 제재 이력에 대한 심사도 포함된다.
하지만 올해 안에 신청하는 경우에는 기존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가 문턱이 비교적 낮은 ‘골든타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금융당국에서 발행어음 인가를 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기조를 보이면서 요건에 해당하는 증권사이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검토하고 있는 곳들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상태로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자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곳이다. 여기에 삼성·키움·신한·하나·메리츠 등이 새롭게 가세할 경우, 증권업계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